“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한데, 특히 발달이 느린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의·치료 전문가, 교육 전문가, 사회·경제적 지원체계 등 더욱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진단 시기를 놓쳐서’, ‘치료비가 비싸서’, ‘정보가 부족해서’, ‘교육의 질이 낮아서’, ‘양육자가 너무 힘들어서’ 등 느린 아이들이 더 이상 이러한 이유로 적절한 돌봄을 제공받는데 걸림돌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키블은 발달장애아동 플랫폼 기업이다. 발달지연 아동들의 조기 진단, 재활 관리를 돕기 위해 2022년 의사 창업가인 함경우 대표가 설립했다. IT조선은 함경우 키블 대표를 만나 느린 학습자들이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동 발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 키블은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최근 다양한 원인으로 발달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키블은 아이들이 각자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다.
학생 때부터 재활의학, 그중에서 소아재활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발달센터나 복지관 등을 방문하면서 아동 발달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세상에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이 수많은 이유로 적절한 교육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직접 보고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꼈다.”
―키블은 어떤 활동을 펼치나.
“키블은 아동의 발달문제를 진단하고, 발달 수준별 맞춤 교육·치료를 연계하는 데까지 힘쓰고 있다. 첫 번째로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의 발달을 기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종합발달검사(K-DLP)를 만들고, 발달 검진 테스트 검진 앱 ‘닥터콩’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가정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도 발달 문제를 발견할 수 있도록 검사와 상담, 부모·교사 교육 등을 함께 제공한다.
또,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전국의 다양한 교육·치료 프로그램 정보를 연계하는 ‘키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기반으로 아이들의 연령, 발달영역, 교육/치료 영역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차차한글’과 같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을 위한 특수교육 맞춤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부분을 향후 더 강화해갈 예정이다.”
―차차한글은 학습이 느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나.
“차차한글은 기초 인지·언어 발달이 느리거나 집중력·이해력 등 학습이 느린 아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 도구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고, 향후 의사소통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 바로 ‘한글’일텐데, 학습이 느린 아이들도 단계에 맞게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는 한글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느린학습자 아이들은 꾸준히 반복학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글을 처음 접하는 경험이 즐거울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 20년 이상 현장경험을 가지고 계신 특수교사 선생님과 함께 기획을 했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이 매 장마다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도문과 60개 이상의 재미있는 놀이활동을 함께 수록했다.”
―키블은 느린 학습자를 어떻게 정의하나, 또 이들을 위해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는 굉장히 포괄적이다. 단어 그대로 다양한 이유로 학습이 느린 경우에 쓸 수 있다. 경계선 지능, 경도 지적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난독증, 학습장애, ADHD 등 각각의 이유는 상이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고 학습하는데 불편함을 겪는다면 느린 학습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계선 지능의 경우 흔히 이야기하는 웩슬러지능검사(IQ 검사)에서 70~85 사이에 있어 평균보다는 지능지수(IQ 지수)가 낮지만 지적장애 등급을 받을 수 없는 구간을 말한다. 통계적 수치만으로 따져도 전체 인구의 13.5%가 해당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학습능력, 어휘력, 이해력, 대인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아동들을 위한 지원 체계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계선 지능만 하더라도 그 수가 생각보다 많은데,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발달지연, 발달장애, 학습장애 등까지 포함한다면 느린 학습자의 수는 상당히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는 맞춤형 교육과 치료가 필요하다. 재활은 물론이고 교육까지 통합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런 아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속도에 무관하게 본인의 역량을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쌓아 올릴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차차한글 교재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키블의 목표는 무엇인가.
“키블이라는 회사뿐만 아니라 각 교육기관, 의·치료기관, 개별전문가가 힘을 합쳐서 느린 아이들이 자라날 때 마주하는 걸림돌들을 하나씩 치워나가고 싶다. 궁극적으로 키블은 발달이 느린 아동과 부모·가정을 위한 하나의 마을이 되고자 한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