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사실상 막힌 와중에도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여러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인기는 꾸준히 치솟았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K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K팝 위기론이 꾸준히 거론된다.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이브·JYP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4’가 경쟁 구도를 벗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서로 손잡고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배경이다. IT조선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연관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음반 판매량과 주요 음원차트 순위, 콘서트 모객인원을 제외하면 시장지표가 딱히 없다. 고객이 선호하는 건 무엇인지, 인기 상품 및 서비스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지 등 세부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늦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을 시작했다. 지분교환과 공동투자 등을 통한 협력이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오랜 경쟁 관계도 접어둔 모양새다.
협력의 시작은 네이버가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500억원을 투자해 YG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에 오르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아티스트 온라인 소통 플랫폼 ‘V라이브’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바이브’를 강화했다.
하이브는 2021년 팬덤 플랫폼 ‘위버스’ 운영사 위버스컴퍼니 지분을 네이버와 교환하고 위버스에 V라이브를 흡수통합했다.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가 지분으로 얽히게 된 배경이다.
하이브는 또 2021년 YG엔터테인먼트의 음원·음반 유통 계열사 YG플러스에 7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7.92%를 확보했다. YG플러스는 현재 모회사 YG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음원, 음반 유통을 담당한다.
그렇게 디지털 전환을 위해 협력을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됐다. 하이브·JYP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빅4 중심에는 YG플러스와 YG플러스 자회사 포레스트팩토리가 있다.
YG플러스는 YG엔터테인먼트의 K팝 관련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국내 음원·음반 유통 점유율 1위다. 포레스트팩토리는 YG플러스가 2022년 9월 인쇄기업 예인미술과 함께 파주출판단지에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포레스트팩토리는 포토북 등 굿즈(MD)나 친환경 음반 등을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 인쇄인프라 전문기업이다. 포레스트팩토리는 지난해 8월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예인미술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주목할 점은 포레스트팩토리가 지난해부터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실물 음반을 제작한다는 부분이다. 하이브 음반 판매량이 늘면 하이브 실적이 좋아진다. 하이브 음반 판매량 증가는 곧 음반을 만드는 포레스트팩토리, 하이브 음반을 유통하는 YG플러스도 함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성과는 YG엔터테인먼트 실적에도 반영된다. YG플러스가 YG엔터테인먼트 종속기업이라서다. YG플러스 실적은 YG엔터테인먼트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반대 상황도 비슷하다.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YG플러스 중 한 곳만 좋은 실적을 거둬도 다른 두 곳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반면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대부분 신사업 분야만 협력한다.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될 만큼 지분과 실적이 크게 묶인 곳은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 정도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JYP엔터테인먼트와 넥스트웨이브코퍼레이션을 공동 설립했다. 공시에 따르면 넥스트웨이브코퍼레이션 지분은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넥스트웨이브코퍼레이션의 설립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등기부상 사업목적은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기획 등이다. 넥스트웨이브코퍼레이션은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부터 협력해왔다. 양사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전용 콘서트 전문기업 ‘비욘드라이브코퍼레이션(Beyond LIVE Corporation)’을 공동 설립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또 팬덤 플랫폼 ‘버블’ 운영사 디어유의 주요 주주다. 디어유는 최대 주주가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SM스튜디오스(31.16%)고 2대 주주가 JYP엔터테인먼트(18.05%)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스튜디오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음악 관련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신사업 분야에서 힘을 합쳐 같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면 K팝 음악 콘텐츠의 세계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콘텐츠는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 다른 산업보다 ‘독점’의 개념이 약한 만큼 협력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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