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 공동대표 체제에서 임종훈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될 전망이다. 송 회장이 사실상 공동대표직에서 해임되면서 한미약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안건을 논의했다. 오전 시작된 이사회에서 공동대표인 송 회장 해임안은 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으며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은 한 달 만에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2026년 3월 29일 임기 만료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직은 유지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안을 놓고, 이를 추진한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이를 반대한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인 끝에 형제 측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경영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는 가족 간 화합을 내세우며 모친 송 회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공동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40일 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이 이뤄진 것은, 임종훈 대표와 송 회장이 임원 인사를 두고 견해차를 보이며 후속 인사가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번 임시 이사회는 임종훈 공동대표가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이후 송 회장 측근 임원을 해임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모친을 공동대표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OCI 통합을 추진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한미약품 일가는 이번 송 회장 해임으로 가족간 분쟁은 재점화될 조짐을 보인다. 특히 임종윤·종훈 형제측과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간 상속세 재원 마련 관련해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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