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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투자비보다 많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돈벌이가 됐는데 이제는 투자비의 40% 수준 밖에 안 되니 감당이 안 됩니다.”(A 전기차 충전 사업체 대표)
전기차 충전시장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충전 시설에 대한 정부 보조금 단가는 줄고 전기차 수요도 꺾이자 일부 중소업체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물로 나오고 신규 전기차 충전 사업자도 3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반면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며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14일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한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115개사로 전년(120개사)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사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0년(109개→70개) 이후 3년 만이다. 2023년 누적 기준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총 507개사다. 낮은 진입 문턱으로 중소 업체 위주로 신규 사업자 수를 키워오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 사업자 등록에는 충전 시설 및 기술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들지 않다 보니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주를 이뤘다.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시장 자체가 주춤한 데다 전기차 충전 사업에만 500곳 넘는 업체가 몰리는 등 과열 조짐을 신규 사업자 수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사업 합작법인 설립을 마친 LG유플러스는 앞으로 3년 내 해당 사업에서 ‘톱 3위’ 지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충전 수요가 높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충전소를 확충할 계획이다. 또 좁은 공간에도 설치 가능한 ‘천장형 충전기’와 충전, 자동 결제를 함께하는 ‘플러그앤 차지’ 서비스를 개발하며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 현대차·SK·LG·GS·롯데·한화·LS 등 주요 기업들도 참전하며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에도 적극적이다. GS그룹은 2022년 전기차 충전 서비스 업체인 차지비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GS에너지 자회사인 GS커넥트를 흡수 합병한 GS차지비를 출범했다. GS차지비가 국내에서 운영 중인 충전기 수는 2023년 말 기준 약 4만 5000기로 업계 최대 규모다. 3월에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의 전기차 충전 사업 인수로 1만 7000기를 추가하며 시장 선도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든 것은 미래 먹거리로 주목해서다. 당장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친환경 규제 속에서 중장기적인 회복세로 돌아서면 전기차 충전 수요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2020년 6000억 원에서 2030년 6조 3000억 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2030년까지 427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 특성상 중소 업체의 퇴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물로도 나오고 있다. 자본력·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 참여에 더해 정부의 충전 시설 보조금 지원 단가의 감소로 사업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공용 전기차 완속충전기 1대(7㎾ 이상)당 환경부 보조금은 2021년 200만 원에서 올해 140만 원으로 줄었다. 완속충전기 1대를 설치하려면 공사비와 전기를 끌어오기 위한 비용 등을 포함해 300만~600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보조금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완속충전기를 운영하는 일부 중소 업체는 적자에 시달리며 충전기 운영 등 사업권을 넘기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는 주춤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보조금과 충전 요금만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는 충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충전 시장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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