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1분기에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실적을 견인할 신작 부재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뒤집고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별로 사정을 따져보면 비용 감축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1분기 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92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이다. 매출은 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씨소프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지만, 시장 기대치(137억원)를 2배 가까이 웃돌았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6.9% 감소한 3979억원으로 시장 기대치(4138억원)에 미치지 못했고, 순이익은 50% 줄어든 571억원을 기록했다.
중견 게임사들의 실적도 시장 예상보다는 선방한 모습이었다. 펄어비스는 올 1분기 61억원의 적자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와 달리 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컴투스는 1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5분기 동안 지속됐던 적자를 끊어냈다. 앞서 시장에서는 컴투스가 올 1분기 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1분기 게임사들의 실적 전망은 어두웠다. 실적 개선을 이끌어 줄 대형 신작 출시가 올 2·3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 대형 신작을 출시한 곳은 지난 2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롬(R.O.M)’을 글로벌 출시한 카카오게임즈 정도다.
신작 부재에도 게임사들의 실적이 예상을 상회한 비결은 비용 감축이다. 실제 넷마블의 올 1분기 영업비용은 5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급수수료는 2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고, 인건비는 1795억원으로 4.3% 감소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1분기는 신작 부재에도 비용 효율화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면서 “4~5월 출시한 아스달 연대기와 나 혼자만 레벨업이 초반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출시 예정 신작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투스도 권고사직에 따른 인건비 감소 등으로 비용이 줄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작년 하반기 컴투버스 등 자회사 위주로 구조조정을 시작한 컴투스는 올 1분기 본사에서도 두 자릿수 규모의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비용 효율화 영향으로 1분기 영업비용 규모는 15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영업비용을 14% 줄인 엔씨소프트의 긴축경영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엔씨소프트는 전체 인력의 10%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를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이는 동시에 서울 삼성동 옛 사옥을 매각한 재원으로 신작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비용 감축으로는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비용 감축을 통한 수익은 한계가 있고, 결국엔 신작 흥행이 필요하다”면서 “변화하는 유저 성향에 맞는 다양한 종류와 플랫폼 게임들이 본격 출시되는 내년부터 게임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카피캣에서 벗어나 깊은 세계관, 참신한 아이템 등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게임을 만드는 게 게임업계의 기초 체력을 개선하는 방법”이라며 “대학생이나 아마추어 개발자 등과 협업으로 신선한 게임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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