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없는 만큼 백지화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정부는 법원의 의대 증원 효력 정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을 그만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3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 검증을 위해 지난주 과학적 검증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9일부터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이 검증에는 통계학, 보건정책 전문가 등 교수 20명이 참여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수 천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면서 “수 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논의된 바 없었고, 2월 6일 보정심(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 끝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6일 열린 보정심 회의에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19명이 찬성해 의대 증원 안건이 의결됐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은 “3개 보고서는 전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고 진행돼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들의 의도와 관계 없이, 증원 근거로 무리하게 인용됐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의대 증원 추진을 백지화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연구를 진행해 모든 절차를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증원 규모를 산출했으며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정부 의대 증원 근거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부당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부는 당시 보정심 회의 참석자 중 19명은 2000명 증원에 찬성했고, 반대한 위원들도 규모에 대한 이견을 보였지 증원 자체에는 찬성 의견이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집행정치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행정7부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관련 추진 근거와 절차 등 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재판부가 어떠한 방해와 부담도 없이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무분별한 자료 공개를 삼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법원은 오는 16~17일께 증원 효력을 정지할지(인용),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지(각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지(기각)를 결정한다.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 결정을 하면 27년 만에 의대 증원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인용될 경우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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