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무리한 행정지도로 인해 이해당사자 기업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권까지 본격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정쟁화’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노조도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힐 만큼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으로 떠올랐다. ‘기업 간 협상’을 떠나 정부·정치권·노조까지 개입하는 ‘복합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정부·정치권까지 번진 ‘라인야후’ 사태…실타래 꼬여
라인야후 사태는 지난 3월 5일 일본 총무성의 1차 행정지도, 지난달 16일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로 인해 불거졌다. 특히 지난달 16일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 이후에 국내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지분 매각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라인야후는 지난 8일, 소프트뱅크는 지난 9일 ‘2023년 결산보고’에서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일본 정부와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가 기업과 합을 맞춰 치밀하게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나케이선대학원 겸임교수(전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는 지난 12일 ‘네이버의 라인야후 사태와 정부의 부실 대응에 대한 단상’ 자료에서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문제는 실질적으로 일본 정부의 기획 하에 소프트뱅크를 대리인으로, 라인야후를 행동대장으로 한 네이버 퇴출작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고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같은 날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열고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이후 약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른 후에 공식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주말에는 야당이 라인야후 사태를 정치 공세로 활용했다. 대통령실도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브리핑을 열고 조속히 국회를 열어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또한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는 당장 한일 투자 협정상의 국가 개입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언론을 통해 “네이버가 구체적인 입장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기업 사례를 언급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여론도 뜨거워지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 랩의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일 ‘라인’ 검색량 지수는 47.1로 지난 5일(3.12)에 비해 15.1배 급증했다. 13일에는 네이버 노동조합(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에서 사원노조 공동성명을 내고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며,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성공신화’에서 ‘나쁜 선례’ 전락 우려
라인은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대표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 신화로 꼽혀왔다. 라인이 일본과 동남에서 확보한 2억명의 가입자는 미국 플랫폼 기업이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구글, 메타 등 미국 기업 외에 타국에 진출한 성공한 플랫폼 기업의 사례는 흔치 않다. 이 때문에 라인의 기적같은 성공 신화는 국내 여론을 들끓게 할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특히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까지 실제 단행하면 해외 시장 진출의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소프트뱅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과 글로벌 전략 재편 관점에서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고려했을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본 정부 두 차례 행정지도로 인해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는 라인 메신저 뿐만 아니라 웹툰, 보안 솔루션 등 국내 IT 서비스가 일본에 진출한 상황에서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노조는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매각으로 불안감을 느낀 라인 구성원들의 인재유출은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인야후 사태 장기화하나
복합적인 상황에서 라인야후 사태는 장기화 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9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7월1일이 (협상 타결의) 목표”라면서 “하지만 그때까지 정리된다는 것도 굉장히 난이도가 높다.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미야카와 CEO가 입장을 밝힌 날보다 국내 여론과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있다. 네이버 또한 기업 경영과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검토 외 우리 정부와 정치권, 여론 향방과 함께 라인야후 직원의 처우 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소프트뱅크 또한 라인야후의 지분을 전부 매수할만큼 여력이 없다. 메신저 기술력도 역전히 네이버와 격차가 있다. 네이버가 대량 지분을 매각하고, 협력관계를 끊는 것은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도 타격이 크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경고한만큼, 최대한 냉정하게 협상해 실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하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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