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4배인 10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미국, 한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먼저 무역장벽 높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4일 예정된 대중 관세 발표에서 전기차 외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해 수년간 검토한 뒤 내놓는 조정안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더 확실한 견제책을 내놓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 싸도 너무 싸다… 머스크도 경고
사실 중국 전기차는 아직 미국에 진출도 못 한 상태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수입차에 대한 관세 2.5%에 더해 중국 전기차에는 관세 25%가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차뿐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2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못 받는다.
하지만 중국이 파격적 저가 전기차 생산에 나서자 미 자동차 업계 내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70만 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셰보레 볼트’는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아도 2만 달러(약 2740만 원)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과)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demolish)”이라고 말했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도 중국 저가 전기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수 부진 속에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미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웬디 커틀러 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관세 인상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산업이 중국 공세에 사실상 멸종된 태양광 산업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과 같은 고율 관세 정책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 美 대선 앞 무역전쟁 확대 예고
미국은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시간주 등 경합주 표심을 고려해 중국과 전기차 무역전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중국 철강에 대한 고강도 관세를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내가 11월 대선에서 패배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피바다’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관세 적용을 받는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한 대응에서만큼은 초당적 움직임인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약했지만 재집권하더라도 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IRA로 이미 미국인 10만 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이런 규칙은 수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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