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허락과 용서 모두 쉬운 패밀리 스포츠카 그리고 GT
GOOD
– AMG라는 스포티함과 패밀리카로서 사용성
–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대중적인 퍼포먼스
BAD
– 포르쉐 파나메라 대신 선택한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다
– 흔해졌다
Competitor
– 포르쉐 파나메라 : 신형이 나왔다
– BMW 850i 그란쿠페 : BMW가 안 나올 수 없지
2018년 처음 등장한 4도어 스포츠 세단 메르세데스-AMG GT 43. 사실 2018년 훨씬 이전부터 4도어 고성능 GT이면서 패밀리카의 기능성까지 담을 수 있는 차가 필요하다는 내외부의 요구에 대응한 차로 출발했다. 사실상 포르쉐 장악한 고급 스포츠카 영역을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반성이었던 셈이다. 포르쉐 911과 파나메라에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던 것. 이런 배경을 두고 메르세데스-AMG GT 43를 시승했다.
메르세데스-AMG GT 43는 43외에도 53, 63, 63 S 등 선택지를 다양하게 두고 있는데 43은 가장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상품성도 출중해 이 라인업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모델이다. 5M에서 2mm 빠지는 넉넉한 공간에 미려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나메리카나 그릴로 고성능의 서막을 시작하고 액티브 리어 윙 스포일러로 퍼포먼스의 대미를 장식한다.
측면 프로포션은 메르세데스-AMG GT 43의 백미. 자동차가 발휘하는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줄 정도로 스포츠 4도어 쿠페의 교과서적인 형태다. 전후 펜더는 두툼하게 부풀려 힘에 대한 암시를 잊지 않았다. 휠 디자인은 최신형 AMG의 모습 그대로.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로 도로를 움켜쥐기에 충분한 그립력을 발휘했다.
리어뷰는 좌우로 뻗은 리어램프와 바로 밑 쿼드 배기 파이프가 또한 가슴을 뛰게 만든다.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 으르렁 거리는 메르세데스-AMG GT 43. 보는 이의 마음을 자꾸만 채근하게 만든다.
인테리어는 다시 한번 감탄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느낌은 화려하다는 것. 지금이야 파노라믹 계기판을 보기 쉽지만 이것을 확산시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다. 그리고 메르세데스-AMG GT 43에선 가장 화려하게 진화한 디스플레이를 보여준다. 여기에 항공기 엔진에서 착안한 송풍구도 멋스러움을 더한다. 기어봉을 필두로 한 센터 디스플레이 역시 화려하기 그지 없다. 서스펜션 강도와 배기음 조절, 드라이브 모드 버튼 등 화려한 장식 요소에는 모두 각각 기능을 담았다.
세미 버킷 시트 목적으로 사이드 볼스터를 튼실하게 부풀린 탓에 운전자의 몸을 옥죄는 시트도 스포츠카의 향수를 물씬 낸다. 하지만 머리와 어깨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어느 면모에서도 부족한 점들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2열 공간도 살펴보니 대형 세단에 못지 않은 공간감과 소재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기능적이면서도 보기 좋고 소재도 고급스러워 누가 보더라도 고급차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 최신형 MBUX까지 장착해 차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디지털 영역까지 확장된다.
우리가 시승한 모델은 메르세데스-AMG GT 43 4매틱+.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한 구성으로 8단 변속기가 4바퀴를 굴린다. 여기에 22마력짜리 EQ 부스트를 경험할 수 있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덧붙인 탓에 이 차는 하이브리드 뱃지도 얻을 수 있었다. 최고 출력 367마력과 최대 토크 51.0kg.m. 초고성능이라고 하기엔 어색하지만 고성능 4도어 세단의 맛을 보기엔 충분한 구성이다.
시동을 걸면 묵직하고 두툼한 배기사운드가 실내를 덮친다. 달릴 준비가 됐다. 우선 컴포트 모드로 복잡한 시내 도로를 벗어 나기로 했다. 이때는 그저 세단의 감촉 그대로다. 실내로 들이치는 소음과 진동을 그대로 걸러주고 안정감있고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이다. 삼각별 덕에 끼어들기도 쉽다. 잠시 커피를 사러 주차를 해보니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다각도의 카메라를 조합해 후방 시야를 확보해 준다. 기술의 혜택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윽고 쭉 뻗은 도로와 굽이친 국도를 만나게 됐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다음인 ‘스포츠+’. 스티어링 휠 넘어 패들시프터로 변속단을 수동으로 조작하며 RPM를 끌어올렸다. 격하게 터지는 팝콘 배기사운드는 다시한번 메르세데스-AMG GT 43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준다.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속력을 올려보자 싶었는데 순식간이다. 곧 이어 코너에서 다소 과감하게 차를 밀어넣어 보니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스티어링 휠을 과감하게 돌려 보니 5m에 육박하는 덩치가 곧이곧대로 따라온다. 이윽고 직선 도로가 보여 가속페달을 발로 짓이겨 본다.
최대토크가 터지고 차를 밀어붙이는 순간은 그야말로 머리가 아득해 질 정도다. 휠 베이스가 길고 덩치가 큰 4도어 세단이 발휘하는 주행감각으로선 발군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정숙함 이면에 이런 스포츠 주행 성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 마치 ‘겸손한 스포츠 선수’를 보는 듯 했다.
손에 꽉 찰 만큼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주행 내내 자신감을 준다. 여기에 묵직한 바리톤 컬러의 배기사운드는 AMG 고유의 것으로 독보적인 매력을 자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중후해 누구라도 빠져들게 만든다.
메르세데스-AMG GT 43는 주행하는 내내 즐거움을 안겨줬다. 고급스럽고 안정감이 느껴졌으며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가격(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인하분 및 세제혜택 반영 기준)은 1억5420만원과 다이내믹을 더하면 1억6920만원이지만 탐난다. 굳이 포르쉐 파나메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차는 그대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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