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항공이 인천-스위스 취리히 직항 노선 운항에 나섰다.
스위스항공의 이번 한국 취항은 1998년 김포-취리히 노선 운항 중단 이후 27년 만이다. 기존 인천-취리히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만 운항하고 있었다. 스위스항공의 이번 취항으로 인천-취리히 직항 노선은 경쟁 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특히 이번 취항으로 스위스항공이 소속된 세계 최대 항공사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가 회원사의 한국-유럽 노선 축소를 선제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스타얼라이언스에는 아시아나항공이 회원사로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스타얼라이언스 탈퇴가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스타얼라이언스 탈퇴가 현실화되면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의 한국-유럽 노선 축소는 불가피하다.
다만 스위스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의 전략적 판단이 아닌 한국 시장의 수요 증가세를 살펴본 뒤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마쿠스 빈커트(Markus Binkert) 스위스항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시장 내 수요를 확인하고 예의주시하다가 취항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위스항공의 인천-취리히 노선은 5월 8일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운항 일정은 매주 월·수·토요일 주 3회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오전 9시 55분 출발해 취리히국제공항에 오후 4시 50분 도착한다. 취리히국제공항에서는 오후 1시 40분 출발해 다음날 오전 8시 2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스위스항공은 취항 결정을 내리기 전 면밀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개발한 코로나19 전후 변화를 나타내는 코로나여행지수(TCI)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023년 기준 여행회복지수에서 스위스(129%)는 일본(133%)에 이어 가 두 번째로 높은 회복세를 보였다.
2023년 해외여행지 종합만족도 조사에서는 1000점 만점 중 스위스가 833점으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연령별 스위스 여행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0대 이상 비중이 42%로 가장 높았지만 2023년 20~30대 비율이 높아졌다. 해당 기간 60대 비중은 42%에서 26%로 16%포인트(p) 낮아졌으며 20대 비중은 15%에서 22%로, 30대는 9%에서 19%로 확대됐다.
스위스항공은 이러한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승객을 더욱 많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항공기 탑승부터 시작하는 스위스 여행을 테마로 SNS 마케팅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위스항공은 인천-취리히 노선 운항에 215석의 A340 여객기를 투입한다. 좌석 등급은 ▲퍼스트 ▲비즈니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코노미 등 4개로 구성됐다.
줄리아 힐렌브랜드(Julia Hillenbrand) 스위스항공 브랜드 경험 부사장은 “프리미엄 경험은 승객들이 편하게 여행하고 지상·기내 승무원들에게 세심하게 배려받는 것이다”며 “우리는 스위스 DNA, 스위스 정신으로 이러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스위스항공은 국내에서 여객기 탑승 편의성도 높였다. 스위스항공이 소속된 루프트한자그룹은 KTX와 협약을 맺고 ‘레인 앤드 에어’(Rail & Air)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항공권과 KTX 승차권을 동시 예약·구매할 수 있도록 해 부산, 대구, 광주, 울산, 포항, 여수, 목포, 진주 등 국내 지방도시 승객의 접근성을 높인다.
레안드로 토니단델(Leandro Tonidandel) 스위스항공 한국지사장은 “이번 취항으로 루프트한자그룹은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 뮌헨, 취리히를 잇는 직항 노선을 주 17회 운영하며 한국 승객들을 루프트한자 거점 공항에서 유럽 최대 네트워크로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됐다”며 “40년 동안 한국과 유럽을 이어온 이래 스위스 국적 항공사의 신규 취항은 중요한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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