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 조정을 강력하게 요청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보다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 일본 정부가 이례적인 행정지도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부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기업 간 협상을 위한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 지분 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지난 8일 네이버에 지분 매각 요청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전날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는 자본관계 재검토 조치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라인야후는 강하게 지주회사 핵심 주주를 압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기업이 보안 강화를 빌미로 지분 변경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강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놓고 입장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초법적’ 행정조치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대한 위반행위”라면서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와 소프트뱅크의 행태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력한 항의와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네이버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과 해외 투자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막는 게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는 입장을 표명하는데 그쳤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 홀로 협상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계라면 정부가 개입할 수 없지만 지금은 데이터 유출에 따른 책임 문제를 지분 매각으로 요구하는 특수 상황”이라면서 “부당한 부분에 대해 네이버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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