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이 중국 시장에서 ‘애국 소비’ 열풍에 휘말려 고전하고 있다. 현지 출하량은 급감하고 시장 점유율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7%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9.7%)보다 4%P 떨어졌다. 같은 기간 판매량 역시 19.1% 줄었다. 이는 이번 조사에 집계된 제조사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애플은 이번 조사에서 비보(17.4%), 아너(16.1%)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대목은 4위 화웨이(15.5%)가 전년 동기 대비 69.7%의 성장세를 거두며 애플을 크게 위협했다. 이들의 격차는 단 2%P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아이반 램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화웨이의 복귀가 프리미엄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번 분기 판매량이 부진했다”며 “교체수요 또한 예년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또 다른 조사에서 ‘기타(other)’ 브랜드로 분류되는 수모를 겪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5위는 전부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오포가 16.9%로 1위에 올랐고 아너(16.7%), 화웨이(16.6%), 비보(VIVO.16.1%), 샤오미(15%)가 뒤를 이었다. 애플은 13.7%의 점유율로 기타로 분류됐다. 출하량은 870만대로 5위 샤오미(950만대)보다 80만대 가량 적었다.
애플의 중국 시장 부진은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 현지 소비자들의 애국소비 열풍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지 최대 고객 중 하나인 관영 기업·정부출연기관 소속 직원들이 더 이상 아이폰을 구매하지 않는 데다 현지 브랜드가 아이폰에 준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은 여파가 컸다.
특히 지난 5년간 미국 정부 칩셋 제재로 5G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했던 화웨이가 자체 칩셋 개발에 성공, 고사양 스마트폰 출시까지 성공하면서 현지 내에서는 자국 브랜드를 이용하자는 ‘애국 소비’ 열풍이 불었다. 애플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일부 아이폰15 모델을 최대 10% 할인 판매하는 강수를 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 본격적으로 아이폰이 중국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카운터포인터리서치는 “올 2분기 공격적인 판매 활동과 더불어 새로운 색상 옵션을 추가하면서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긍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WWDC2024에서 어떤 AI 기능이 제공될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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