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한다”며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사들이 자리를 비워온 병원 내 상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이를 채우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 의사 진료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일 때만 허용된다. 또 외국 면허 소지자에게 우리나라 면허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병원 현장에서 전문의의 감독하에 진료 업무를 지원하는 등 전공의의 역할을 대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월 19일 이후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자 같은 달 23일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의료계는 비판하고 나섰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기는 어디에다가 두고 후진국 의사 수입해 오나요?”라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서 (해외에서) 치료하게 하겠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들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의사소통 부분에서 사실상 외국인 의사와의 협진은 말이 안 되고, 시행된다 해도 굉장히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병원들도 외국인 의사를 어떤 지위로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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