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말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을 넣은 ‘MS 365 코파일럿’에 한국어 기능을 추가했다.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 등 MS 365 앱을 통해 한국어 명령으로 콘텐츠를 생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MS 365 코파일럿은 MS 오피스 프로그램에 AI 챗봇이 들어간 형태로, 오픈AI의 초거대언어모델(LLM) GPT-4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지난해 11월 출시 후 영어 버전으로 활용이 가능했는데, 한국어 기능이 추가되면서 한글과컴퓨터(한컴) 같은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 ‘AI 기업’ 선언한 한컴, AI 제품 출시는 아직
지난해 한컴은 AI 사업 확장으로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한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MS의 압박에 초조한 모양새다.
한컴은 지난해 10월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당시 김연수 한컴 대표는 한컴이 자체 보유한 AI 기술을 활용하면서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 지능형 자동화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한컴을 인수한 김상철 회장의 장녀로 2021년 8월 대표이사에 오른 후 한컴의 AI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컴은 올 상반기 내에 AI 문서 작성 도구인 ‘한컴 어시스턴트’ 베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글(문서편집), 한셀(데이터 계산) 같은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에 AI를 접목한 것으로, AI가 이메일이나 워드, 파워포인트 문서를 작성해주는 MS의 코파일럿 기능과 유사하다.
한컴은 고객이 보유한 문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이를 기반으로 답변을 해주는 ‘도큐먼트 QA’ 베타 버전도 상반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도큐먼트 QA는 사용 목적에 최적화한 sLLM(경량언어모델)을 활용해 고객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장점이다. 한컴은 AI 자동문서 작성 기능을 추가한 ‘한컴독스 AI’ 정식 버전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MS의 공세는 AI 후발주자인 한컴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오픈AI의 생성형 AI 모델에서 한국어는 같은 내용을 표시하는 경우 영어 대비 토큰 수가 평균 2.36배 더 드는데, MS는 한국어에 쓰이는 토큰 수를 기존 대비 40% 수준으로 줄였다. MS는 한국 시장에 맞춰 생성형 AI 성능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고 있는 반면, 한컴은 아직 베타 버전 준비 단계에 놓여 있다.
◇ SW 매출 감소세… AI로 반전 가능할까
최근 한컴의 소프트웨어(SW) 사업 실적은 감소세다. 한컴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711억원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한컴 오피스와 같은 문서 기반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상품 매출은 126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2022년 SW 매출은 1430억원으로 59%에 달했다. 매출 규모와 비중 모두 감소한 것이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무관한 소방용 호흡기, 마스크 등 개인안전장비 제조업 매출은 2022년 989억원에서 지난해 1127억원으로 14% 늘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정작 매출에서 비(非)소프트웨어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
한컴은 최근 AI 사업의 안착을 위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에 전략적 투자를 했으며, 전자문서 1위 기업 클립소프트를 인수했다. 스페인 AI 생체인식 기업 페이스피에도 투자를 했다. 한컴은 올해 주주서한을 통해 “올해는 AI 사업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삼아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AI가 향후 한컴의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 부문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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