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설비투자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서버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일제히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연초 대비 10~40%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아직 AI 인프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생성형 AI의 성장성에 대비한 미래 투자 차원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서비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구글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초 밝혔던 설비투자 규모(348억달러)보다 약 40% 늘어난 491억달러(67조원)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외에도 MS와 메타가 올해 설비투자 예상치를 각각 13%, 10%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수요도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용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업체들의 설비투자 상향 조정은 단연 AI에 대한 투자 증가 때문”이라며 “강력한 수요를 기반으로 올해 글로벌 AI 반도체 출하량은 전년보다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가 지속해서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서버 증설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중 가장 이익률이 높은 서버용 D램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2분기 서버용 D램 가격 상승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15~20%로 높여 잡았다.
실제 서버용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4월 서버용 D램 가격도 전 제품군에 걸쳐 9~1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서버용 D램 시장은 SK하이닉스가 45%, 삼성전자가 4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빅테크 수요에 발맞춰 고용량 서버용 D램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를 차지했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 비중이 오는 2028년 6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최고 용량인 256기가바이트(GB) 제품을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버용 시장에 맞춰 생산라인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고용량 D램을 중심으로 올해 출하량 증가 목표를 전년 대비 50% 이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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