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의 알뜰폰 사업 진출은 궁극적으로 통신 생태계를 해치는 꼴이다.”(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알뜰폰은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시장이 아니다. 이용자의 이익을 잊지 말아야 한다.”(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알뜰폰 업계가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거대 자본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해 궁극적으로 시장 내 경쟁 활성화, 이용자 이익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진 회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제도를 만들지 않고, 공정 경쟁을 한다며 금융기관 등을 개입시키는 것은 또 다시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초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 ‘KB리브엠’을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했다. 같은 달 우리은행 역시 ‘알뜰폰(MVNO) 사업 통신 사업자 제안’ 공고를 게시하며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도 해당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권을 포함한 거대 자본이 알뜰폰 시장의 크기를 키워주면 의미가 있겠지만, 단순히 자본경쟁력만 앞세워 경쟁을 한다면 소규모 업체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요금 부분에서는 규제 수단이 없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사업 자체가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 지원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임을 강조했다. 김범준 교수는 “알뜰폰이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시장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지만,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이익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고객 기반을 갖춘 거대 자본 사업자가 필요하다”며 “유럽 등 MVNO(알뜰폰)가 활성화된 사례를 봐도 거대 자본을 가진 사업체가 참여해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알뜰폰 사업자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범준 교수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금융권을 포함한 거대 자본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환영해야 하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을 유도해 규모의 경제로 자생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을 위해 일정 부분 혜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혜택이 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인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신민수 교수 역시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가 중단되고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도 올해까지만 유지되는데 이들 역시 정책 지원에 따른 생존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금융권이 알뜰폰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고객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이들의 사업 목적이 단순히 이익 창출을 위한 것인지, 이용요금 저감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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