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11월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공항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비행기 출국 수속을 모두 마칠 수 있게 된다. 콜택시처럼 집에서 ‘공항 차량’을 부른 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항공권 체크인과 짐 수속 등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식이다.
6일 항공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르면 11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해 차량 안에서 캐리어를 맡기고 항공권 체크인을 하는 ‘차량 내 공항터미널’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는 미리 짐을 맡기고 체크인까지 마칠 수 있는데, 달리는 자동차가 도심공항터미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상은 교통약자들이다.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자동차가 집 앞으로 온다. 차량 내부에는 휠체어 전용 좌석과 자동 휠체어 리프트, 항공 체크인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동안 항공권 체크인과 짐 수속이 끝나고 공항에 도착하면 별다른 수속 절차 없이 곧바로 출국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 서비스에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목적기반차량(PBV)이 사용된다. PBV는 이용자의 목적에 맞춰 설계되고 활용되는 차량을 뜻한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인천공항공사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러 실증작업을 거쳐 서비스 방향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타는 순간 비행기 출국 과정이 시작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고령화 등 교통약자가 늘어나며 관련한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1551만 명)은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약자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등이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한 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교통약자는 연 230만 명 수준이다.
현대차그룹과 인천공항공사의 협업은 항공과 자동차라는 이종 산업이 시너지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인천공항공사는 현대차그룹이 2020년 인수한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해 인천공항에 로봇 도입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와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직접 미국 본사를 찾아 로봇을 자유롭게 테스트하는 장소로 인천공항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종 산업과의 결합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의 큰 축으로 PBV를 점찍어 둔 상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PBV 시장은 2020년 32만 대에서 2030년 20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현대차는 목적에 맞게 뒤쪽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ST1’ 차량을 공개했다.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등 다양한 사업 모델로 제작이 가능하다. 기아는 CJ대한통운과 택배 특화 PBV 서비스로 로봇개 ‘스폿’이 고객 집 앞에 물품을 배송하는 실증 사업을 지난달 진행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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