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협 기업 설치
대북 사업 승인받아 투자한 건물
“적대적 두 국가·교전국 관계 설정”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구 인근 건물을 해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으로 규정한 이후 보이는 행보로 북한 내 ‘남한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일 통일부는 최근 철거된 개성공단 외부 건물과 관련해 “우리 경협 기업이 개성공업지구 바깥 지역에 투자 목적으로 설치한 가건물로 확인했다”고 밝히며 “우리 경협 기업이 개성공단과 별개로 정부로부터 대북 사업을 승인받아 북한에 투자해 지은 건물”이라고 전했다.
이런 북한 측의 행보는 개성공단의 남측 출입 시설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포착된 변화로 보인다.
플래닛랩스가 지난 27일 공개한 사진에는 개성공단의 앞쪽에 위치하던 건물 부지가 텅 비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로 40m, 세로 20m의 갈색 지붕 건물이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흙바닥만을 드러내며 철거를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은 개성공단 출입구에서 약 50m 떨어져 있으며 과거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남측차량과 인원 등을 통제하는 목적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통일부 측은 해당 건물이 과거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기에도 실제로 사용되지 않은 건물이라고 밝혔다.
해당 건물의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지난 17일로 추정되며 건물의 지붕 일부가 사라지기 시작해 이후 뜯긴 지붕의 면적이 더 넓어진 모습도 포착됐다.
통일부 측은 이 건물을 설치한 기업의 구체적인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며 북한 측이 어떤 이유로 남측 출입구 일대의 건물을 철거한 것인지 밝힌 바는 없다.
그러나 북한 측의 행보로 인해 전체적인 출입구의 해체 등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정책에 대해서 변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 측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대응해 나갈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앞서 북한은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고 4년이 지난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을 폭파한 바 있다.
더불어 올해 초 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잔해 철거를 마무리하고, 남북을 잇는 모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남북의 물리적인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행보를 보인다.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 대해 “북한이 1~4월 전구 타격 시스템에 집중한 것은 대남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과 동시에 일어났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 측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정리했으며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과 지방의 통일기념비를 철거한 점을 미루어보아 북한 측이 ‘민족과 통일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이어 애국가 가사에서도 ‘삼천리’를 삭제하거나 기록영화와 일기예보 등에 나오는 한반도 이미지를 수정하는 등의 행보도 보인다.
한편,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두 교전국 관계’ 선언 직후, 우리나라가 북한 측에 차관 형식으로 준 경의선·동해선 철도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은 한국 정부의 차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에 상환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하며 북한 측의 행보를 지적했다.
사실상 북한의 ‘남한 지우기’로 인해 남북 관계의 우호적 발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