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충전사업 담당 인력을 대거 해고하고 충전소 확장 속도를 늦추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産) 전기차의 저가 공세 속에 판매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슬라가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급속 충전망 ‘슈퍼 차저’의 신규 건설 사업을 담당했던 약 500명의 팀 전체를 해산한다며 해고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지난달 29일 보냈다.
슈퍼 차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기차 충전망 중 하나로 꼽힌다. 전기차 시장 분석업체 EV어덥션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테슬라의 충전소 설치 수는 1526개로, 다른 전기차 업체의 4배 이상이었다. 경쟁사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게 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은 테슬라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도 평가받았다.
그간 머스크 CEO가 “슈퍼 차저가 테슬라의 핵심적인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놀랍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시에 이런 핵심 분야의 인력을 해고할 정도로 테슬라의 경영 상황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차 충전소 업계 또한 충격에 빠졌다. 테슬라와 거래했던 기업 ‘와일드플라워’ 측은 “테슬라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테슬라 충전 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채택하기로 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들은 새로 생산하는 전기차에는 테슬라 충전 설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를 달기로 했기 때문이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에만 전체 인력의 10%를 감축했고, 주요 고위 경영진이 잇따라 사퇴하거나 해고됐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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