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창업자 정재봉
12년 만에 경업금지 해제
현대백화점에 지분 34.6% 매각
국내 엔터 업계 1위 하이브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불공정 계약’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민희진 대표의 입에서 나온 ‘경업금지’에 대해 네티즌의 관심이 뜨겁다.
경업금지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말한다. 보통 고급 관리직이나 기술직,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일 업종의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경업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의 한 회장님이 ‘경업금지’ 조항이 풀리자마자 복귀한 것으로 알려져서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내 패션기업 한섬의 창업자인 정재봉 회장이다.
정재봉 회장은 자신이 세운 패션 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지난 2012년 한섬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한 이후 약 12년 만에, 경업금지(競業禁止)가 해제되며 직접 회사를 이끌기 위함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지난 3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재봉 회장이 이달 초 자신이 설립한 골프 리조트의 이름을 딴 ‘사우스케이프’ 운영사인 사우스케이프㈜의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봉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2월 설립돼 정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골프 리조트 운영사 ㈜사우스케이프로부터 패션 사업 부문을 인수해 패션 사업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두 회사는 법인명이 같지만, 주식회사를 의미하는 ㈜를 앞에 붙인 지와 뒤에 붙인 지로 골프 리조트 운영사와 패션 회사로 나뉜다.
지난해 ㈜사우스케이프는 패션 사업 부문을 134억 원에 양도하면서 인수 법인과의 관계를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우스케이프의 이사진에는 정재봉 회장을 비롯해 아내인 문미숙 감사와 자녀 형진·수진 씨 등이 모두 올랐다.
대표직에 선임된 정재봉 회장은 골프 리조트 운영사 대표직에서는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패션 사업 운영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당초 정재봉 회장이 한섬 매각 이후 경업금지 조항에 따라 패션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한섬 매각을 후회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정재봉 회장이 가진 패션사업에 대한 야심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정재봉 회장이 대표직으로 선임된 골프 웨어 브랜드 사우스 케이프는 관련 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 145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상표권 운영과 재고 등을 판매하기 위해 남겨둔 ㈜사우스케이프의 패션 사업 부문 매출은 117억 원으로 확인됐다.
두 사업의 매출액을 합치면 브랜드 매출로 약 262억 원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22년 ㈜사우스케이프가 패션 사업 부문 매출액으로 기록한 222억 원보다 약 18% 증가한 규모다. 또한, ㈜사우스케이프의 지난해 매출액과 비교하면 624.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약 4억 원의 영업이익과 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경쟁업체들이 실적이 꺾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던 것과 대비되는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사우스케이프㈜의 경쟁업체로 알려진 골프웨어 브랜드 PXG를 운영하는 로저나인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8% 줄어든 1,055억 원을 기록했으며, 역시 영업이익도 21% 감소한 294억 원으로 확인됐다.
골프웨어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운영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대비 1.8% 감소한 3,956억 원, 7.9% 감소한 영업이익 610억 원으로 추산됐다.
정재봉 회장이 사우스케이프㈜의 직접적인 경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첫선을 보인 골프웨어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는 정재봉 회장의 경업금지에 따라 서울 강남구 플래그십스토어 ‘메종 사우스케이프’와 자사 골프 리조트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내 프로샵, 자체 온라인몰인 사우스케이프 숍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사우스케이프가 지난해부터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사업 범위를 넓혀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봉 회장의 야심을 누르던 경업금지는 지난 2012년 정재봉 회장이 한섬 지분 34.6%를 4,2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생긴 조항이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에 한섬 지분을 매각하면서 양수도 계약서에 ‘경업금지’조항이 적시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년이 지난 2022년 한섬이 ㈜사우스케이프 보유 지분 14.5%를 정 회장에게 450억 원에 매각하면서 ‘경업금지’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됐다. 이 덕분에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부터 백화점 등으로 적극적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재봉 회장이 한섬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한 이유는 지난 2008년부터 준비해 오던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섬의 매각 직후 정재봉 회장이 ㈜사우스케이프를 설립해 2013년 골프 리조트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매각금으로 받았던 4,200억 원의대부분이 골프 리조트 사업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골프 리조트 사업인 ㈜사우스케이프는 지난해 매출액 322억 원, 영업손실 12억 원을 기록하면서 2018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재봉 회장의 골프 리조트 사업은 호평을 받는다. 이는 지난 2019~2022년 동안 기록한 누적 영업이익이 123억 원이며, 토지 등 유형자산은 2,220억 원에 이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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