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유류분 제도는 위헌
구하라·김종안 씨 상속 사건 주목
패륜한 자식도 앞으로 유산 없어
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제도란 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최소한의 비율로 받을 수 있는 유산을 뜻한다. 즉 유언과 무관하게 재산의 분배가 이뤄지는 셈이다.
해당 제도는 장남 등 특정인에게 유산이 몰리게 될 경우 나머지 가족의 생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로 1979년 도입됐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가정의 경우 본래 받을 상속 금액의 절반은 유류분으로 배정되는데, 연락을 끊고 살아온 가족도 받을 수 있다는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남과 같이 살아온 가정이나 부모를 학대한 패륜아까지 피상속인의 유산을 나누는 것은 지나친 재산권 침해로 보고 해당 법의 위헌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해당 규정을 둔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고, 유류분 규정과 관련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선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인정하고 해당 기간 내에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효력을 잃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민법 1112조 4호는 위헌 결정으로 즉시 효력을 잃은 점을 강조했으며 “피상속인(고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어떠한 기여나 기대 등이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음에도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가족 구성원 가운데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이에 대한 유류분권을 빼앗을 수 있는 보완 제도의 부재 문제로 해당 법은 헌법불합치가 된 것이다.
이번 결정에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구성원이 상속받은 사건에 다시금 주목 되는 상황이다.
인기 아이돌 카라의 멤버 구하라 씨는 전 남자 친구의 횡포와 악플, 그리고 가까운 친구 설리의 안타까운 소식 등으로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났다. 구 씨의 소식에 연예계는 물론 일반인까지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갔다.
세상이 힘들어 떠난 구 씨는 그 이후에도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바로 구 씨의 어머니가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다가, 소식을 듣고 돌연 유산을 나눠달라며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 씨의 오빠 구호인 씨는 “그분이 제 동생을 키워준 것도 아니고 어머니로서 뭘 해준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며 분노해 소송을 이어갔지만, 유류분 제도법으로 패소했고 구 씨의 어머니는 유산 일부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해당 사건으로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에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구하라법’을 만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 김종선 씨는 지난 2021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실종된 김종안 씨의 누나다. 김 씨는 자신의 생모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재혼하여 남처럼 살다가, 돌연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자 54년 만에 나타나 상속을 바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의 어머니 또한 유류분 제도에 의해 사망보험금 가운데 3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씨는 “이혼하고 한 번 정도라도 왔으면 제가 이해라도 할게요. 생모라는 사람이 동생 두 살 때 버리고 가더니…”라고 분통함을 표했다.
구하라 씨와 김종안 씨 두 어머니 모두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민법 유류분 제도에 의해 몇억 원에 해당하는 큰 규모의 상속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인해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또 다른 억울한 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위헌 결정은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패륜 자식들 또한 부모의 유산을 받지 못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추가로 숨진 가족을 오랜 기간 돌봤거나, 재산 형성 등에 기여를 한 가족은 더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정성균 변호사는 “패륜적인 행위를 한 구성원에게 유류분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되며, 반대로 ‘독박간병’과 같이 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라는 재판소의 의견도 일리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까지 유산의 일부를 보장한 조헌도 위헌이라며 폐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형제자매는 서로의 유산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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