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 압박
윤상현 의원, “조치 과도…부당 조치 철회해야”
양국 ‘반일 vs 혐한’ 호소…일본인 사용자들 자극 우려
개인정보 유출로 시작된 ‘라인야후’ 문제가 국적논란과 맞물려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인 네이버를 타깃으로 ‘정보 유출’ 우려를 제기하며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제는 양국에서 반일-반한 감정이 깊어지면서 라인의 주고객인 일본인 사용자들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기업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공동경영권을 가진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에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소프트뱅크가 주도권을 쥐도록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해킹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원인분석과 재발 방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완조치나 벌금 등의 페널티가 아닌 지분정리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산업 협력을 해왔던 양국 관계의 여정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아닌데 정보를 악용한 적대국의 기업에나 적용할 법한 과도한 조치로 압박에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야후 사태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도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아울러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기업과 유관기관에서도 선제적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정부는 라인 이용자 유출과 관련한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네이버의 관리 감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와 거래처, 종업원 등 개인 정보 44만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계사인 네이버의 클라우드를 통해 제3자의 부정한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추가 조사에서 개인 정보 7만9000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해 규모는 총 51만여 건으로 늘었다.
네이버는 출시 당시부터 현재까지 일부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 보수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다. 네이버는 원청인 라인야후의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네이버가 동시에 라인야후의 대주주여서 안전 관리가 곤란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지난달 일본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지분 65%를 보유한 중간지주사 A홀딩스의 지분을 놓고 네이버에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회사로, 지분을 각각 50%씩 갖고 공동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충분한 수준의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대주주에 오를 경우 네이버는 개발부터 운영까지 전부 일궈온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건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라인이 일본 서비스며 라인의 해외 진출은 일본 정보통신기술(ICT) 벤처업계가 이룬 쾌거라고 홍보를 했고, 이로 인해 현재 일본인들은 라인을 자국 서비스라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과거 일본 현지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라인을 일본 시장에서의 자생적 서비스라 강조하며 ‘국적 논란’을 잠재우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는 한국이라는 국적을 최대한 지우는 게 낫다는 경영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극우 성향 인사들은 “라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일본 국민의 민감한 정보 관리를 한국 기업의 시스템 아래에 두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혐한(嫌韓), 반한(反韓)감정을 조장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일본에서는 라인 이용자가 약 96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정 업무에 앱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라인 성공의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라인 개발사가 한국 네이버의 자회사가 아닌 일본 회사나 소프트뱅크로 안다”며 “국적을 빼고 오로지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건 결과였는데, 한일 양국의 외교문제가 되면서 라인의 주고객인 일본 국민들을 자극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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