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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키운 ‘라인’, 日에 경영권 뺏기나… ‘글로벌 플랫폼’ 전략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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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당시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가 지난 2016년 7월 1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라인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조선DB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당시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가 지난 2016년 7월 1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라인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조선DB

네이버가 10년 넘게 공들여 키운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라인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에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야후의 지분 정리를 요구하면서다. 라인은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서비스를 구상한 네이버 글로벌 사업의 상징으로, 향후 플랫폼 확장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 일본 총무성,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

25일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하고 이를 협의 중이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서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며 “다음 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삼아 협의를 서두르려 한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은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는 등 경영 체제를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요구는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와 거래처, 종업원 등 개인정보 최소 51만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해킹이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일본 내 여론은 ‘국민 메신저의 운영권을 외국 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이어 지난 16일에도 라인야후가 마련한 사고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통해 오는 7월 1일까지 다시 개선책을 제출하라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야후와 보안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재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조인트벤처(JV) 형태는 영속성 측면에서 시작부터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라인 해킹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미국의 ‘틱톡 퇴출’ 등 플랫폼 정책을 답습하는 것으로 정치적, 경제적 의도가 있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 네이버, 믿었던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이 ‘독’으로 돌아와

현재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6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사에 해당하는 A홀딩스에 50%씩 출자하고 있어 두 회사가 실질적인 모회사다.

글로벌 누적 이용자 10억명, 일본 내 이용자만 9600만명에 달하는 라인은 원래 지난 2011년 네이버의 일본 법인였던 ‘NHN재팬’에서 개발했다. 라인 별도 법인을 설립하긴 했지만, 네이버에서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했다.

그러다 네이버가 지난 2019년 소프트뱅크와 협의를 통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하고 라인야후를 출범시켰다. 당시 야후재팬은 소프트뱅크가 운영했는데, 합병 명분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에 숨겨진 배경으로 라인이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인 만큼 국적 논란을 희석 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보고 있다. 라인이 한국 기업인 네이버의 자회사라는 점이 일본 내 반한 감정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라인의 현지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부를 꾸리고 현지화에 주력했지만,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좌불안석이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양국에서 반일-반한 감정이 깊어지면서 라인 내에서 양국 이용자들이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라인 메신저에서 일부 일본 네티즌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까지 직접 인터뷰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라인은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의사결정 체제를 봐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라며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 라인의 국적을 묻는 것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이후 한일관계가 회복되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공동 경영으로 라인 국적 논란 이슈가 잠잠해졌지만 지난해 말 해킹 사고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A홀딩스 주식 매각을 하고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되면 손실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포함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하는 아시아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국내 플랫폼 산업 규제 강화 분위기에 따라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시장과 함께 네이버가 주력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상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해온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최근 대폭 축소하면서 네이버가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프트뱅크는 몇 년 전부터 라인을 완전히 흡수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미 네이버는 경영 주도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던 상황”이라며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와 함께 뒤통수를 친 만큼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개입하지 않는 이상 네이버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네이버 입장에서 최선은 지분을 넘겨주더라도 최대한 높은 값으로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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