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서버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이 올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쿼드레벨셀(QLC) 기술 기반 낸드플래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하게 QLC 기반 낸드플래시를 대량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올해 북미 대형 IT·서버 기업들이 스토리지 제품 주문을 다시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버용 엔터프라이즈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 주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저장용량 확대에 유리한 QLC 낸드 기반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QLC 낸드의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QLC란 낸드의 기본 저장 단위인 셀(cell) 하나에 4비트(bit)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낸드플래시는 하나의 셀(Cell)에 1~3비트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가령 1990년대까지 가장 보편적이었던 싱글레벨셀(SLC)은 셀 하나에 1비트를 담을 수 있는 기술이다. 2비트를 담는 멀티레벨셀(MLC) 방식은 2000년대 들어 보편적으로 쓰였고 지난 2014년 이후로는 3비트를 담는 트리플레벨셀(TLC)이 주류로 떠올랐다.
QLC 기술은 TLC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제품이다. 셀 하나에 4비트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만큼 낸드플래시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고 칩 크기도 줄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TLC에 비해 집적도가 30%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에서 QLC 낸드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스토리지 용량을 비용 대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투자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AI 추론 서버의 경우 주로 읽기 작업을 수행하는데, QLC 기반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비해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용량 또한 서버당 64테라바이트(TB)까지 확장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이 적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QLC 기술을 더 고도화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포부다. 최근 280단~290단대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며 업계 최고층 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QLC 구조의 초고층 3D 낸드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고용량∙고성능 낸드플래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QLC는 기술 난도가 높은 만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하나의 셀이 담는 비트가 많아지다 보니 셀 간 간섭 현상이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도 약점이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정보를 집어넣어 데이터의 처리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셀의 수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C의 경우 하나의 셀 안에서 구분해야 하는 데이터가 4비트로 늘어난다는 의미로, 전하를 더욱 세밀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난도가 높다”며 “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컨트롤러 기술과 셀 간 간섭 협상을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현재 서버용 SSD 분야에 QLC 기술을 접목한 기업은 QLC 분야에 오랜 기간 연구개발(R&D) 역량을 투자해온 삼성전자와 솔리다임뿐이며, 마이크론의 경우 이제 시장 진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실질적으로 서버용 QLC 분야에서 플레이어는 삼성과 솔리다임뿐이며 두 기업이 집중적으로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엔터프라이즈 SSD 부문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솔리다임은 32%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가 AI 관련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387억달러(약 53조원)에서 오는 2028년 1148억달러(약 157조원)로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