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올해 수주액 200억달러(27조5000억원),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 영토 확장에 힘을 쏟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첫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의 중동 수출과 경공격기 FA-50의 수출 지역 확대, 현대로템의 K2 전차 잔여물량 폴란드 수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루마니아 수주 추진 등 수출 확대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무역금융 7조원 이상 투입, 올해 첨단 방산 소재부품 개발에 4000억원 투자,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0조원 더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방산업계 수출 역량 강화에 힘을 싣는다. 다만 수은법 통과에도 신속한 자본금 투입 등 과제는 남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베우 베이다(Paweł Bejda) 국방부 차관 등 폴란드 정부 사절단이 4월 22일 방한해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등과 만나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이후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다양한 방산 생산 현장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방한 일정 기간 동안 폴란드 방산수출 2차 계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올해 2월 수은법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30조원 규모의 2차 계약 이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수은법에는 특정 개인법인에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40%로 제한됐다. 2023년 기준 수은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원을 합해 18조4000억원으로 개별기업에 지급 가능한 정책금융 한도는 7조4000억원에 머물렀다. 수은은 폴란드 무기 수출 1차 계약 이후 2023년 말 기준 자본금 한도 소진율이 98.5%로 대부분 소진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자본금 한도소진율은 60%로 떨어지면서 대출 여력이 늘었다.
다만 수은 법정자본금의 증액은 앞으로 5년에 걸쳐 연 2조원씩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폴란드의 수입 대금을 단번에 지원하긴 힘들다. 이에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은 공동 대출 방식으로 82억달러(11조원) 규모 대출을 추진 중이다. 이중 27억달러(3조7000억원)는 선지원이 결정됐다.
폴란드 정부의 방한 사절단과 별도로 마르타 포스툴라 폴란드개발은행(BGK) 부행장은 이번주 국내 수출금융기관을 찾아 한국 정부에 금융보증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수출에 차질 없도록 금융보증 요구 시 긍정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3월 폴란드를 방문해 방산 등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금융권의 금융지원 의지를 확고히 밝힌 바 있다.
폴란드 방한 사절단의 요청에 적극 응할 경우 폴란드 무기 수출 속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문 수출을 약속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해 8월 K9 212문, 11월 천무 218대의 등 124억달러(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이행했다. 이후 2023년 12월에는 남은 물량인 K9 152문 등 2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 공급은 아직 전체 수출 약속 물량의 절반가량인 308문이 남은 상태다.
현대로템 역시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한 1차 계약에 이어 K2 전차 820대 규모 수출 2차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폴란드 수출과 함께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위해 수출 지역을 다각화한다. 수출 대상국은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12개국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2023년 방산 수출액은 140억달러(19조3000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글로벌 톱10 반열에 올랐다.
폴란드에 FA-50 48대를 수출하는 KAI는 2023년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1조2000억원 규모 FA-50 18대 수출 계약을 하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을 넓혔다. 올해는 국산 헬기 ‘수리온’의 첫 수출에 힘쓰고 있다. 특히 두바이 에어쇼 등에 수리온을 선보이며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루마니아에 K2 전차 수출을 노리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오는 5월 K2 전차 실사격 테스트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루마니아 정부가 추진 중인 1차 계약 예상 물량 54대의 자주포 도입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관련업계는 중동 위기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추가 수주 전망이 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군비증강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럽, 중동, 아시아 등 기존·신규 바이어의 지속적인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방산 호황기는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