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고령운전자 액셀조작 실수, AI기술로 막는다

EV라운지 조회수  

올 2월 29일 오후 5시경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79세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가속페달 조작 의심 사고로 순식간에 다른 차량과 시민을 덮쳐 연신내 시장에서 매일 폐지를 줍던 한 노인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지난해 3월 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던 전북 순창군 농협 조합장 투표소 사고 역시 1t 트럭을 운전하던 74세 고령 운전자의 운전 실수였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실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500만 명 시대가 다가온 가운데 이처럼 가속페달 오조작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매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를 막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굿 모빌리티’ 기술 도입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0년 368만 명에서 2023년 474만 명으로 3년간 약 29% 증가했다. 2030년은 725만 명, 2040년에는 1316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2025년 전후로 고령 운전자가 5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덩달아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도 매년 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추돌사고는 연평균 14.4%씩 늘었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 정책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신기술을 통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장효석 책임연구원은 “가속페달을 갑자기 끝까지 밟을 경우 자동으로 속도 제어를 해주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운전 능력이 저하된 일부 고위험 고령 운전자 대상 또는 농어촌 차량 등에 한해서라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띠리릭! 시동 정지”… 실수로 풀액셀 밟자 알아서 급제동
〈1〉 교통약자 보호 ‘굿 모빌리티’
AI 등 활용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급격한 가속-4500RPM 초과 등… 운전실수로 가속페달 밟으면 멈춰
日, 제어장치車에만 ‘고령층 면허’… ‘걸음마’ 韓, 이제야 R&D 수요 조사


“띠리릭! 띠리릭! 긴급 자동 제어 장치가 작동해 시동이 정지됐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동아일보 기자가 시험장 차량을 타고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3초 넘게 꾹 밟았다. RPM(분당 회전수)이 4500으로 치솟으며 차량이 앞으로 튀어 나가다 금세 자동으로 멈춰 섰다. 차 안에선 경고음이 울리며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어 긴급 자동 제어 장치가 작동해 멈췄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실수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었다.

이 장치는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한 종류다.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아 차량이 급가속했을 때 사고를 예방하는 장치로 2년 전부터 전국 운전면허시험장 주행 차량에 설치됐다. △급격한 가속페달 조작 △4500RPM 초과 △전방 범퍼 충격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차량이 멈추도록 설계됐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 태지원 과장은 “연습생들이 당황하거나 긴장해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제어 장치가 작동하는 사례가 이곳에서만 하루 4, 5건씩 발생한다”며 “제어 장치 도입 덕분에 급가속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장애물 3m 내 급가속 시 자동 제어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직접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실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직접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실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선 일찍이 이 같은 제어장치 지원 정책을 실시하며 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지 능력이 감소한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화재의 연령대별 사고 접수 건수에 따르면 2020~2023년 20, 30대는 연평균 추돌사고가 4.1% 줄었지만 65세 이상은 같은 기간 14.4% 늘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파악한 2018~2022년 국내 페달 오조작 사고의 40.2%가 60세 이상 운전자로 집계되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점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기차 특성상 출력이 세고 가속이 빨라 페달 오조작 시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AI와 초음파, 라이다(LiDAR·레이저로 사물과의 거리 및 특성 감지) 센서, 영상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작동할 수 있다. 일본 도요타의 자회사 다이하쓰 자동차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차량 외관의 초음파 센서가 전후방 3m 이내 장애물을 감지한다. 차량 출발 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너무 세게 밟으면 차량이 오조작을 인지해 급출발을 억제해 준다.

차량 조수석
 아래에 설치된 장치는 비정상적인 차량 급가속 상황을 인지하고 속도를 제어해 사고를 예방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차량 조수석 아래에 설치된 장치는 비정상적인 차량 급가속 상황을 인지하고 속도를 제어해 사고를 예방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외에도 운전자의 달라진 주행 패턴이 발생하면 제어 기술이 작동하거나, 인지 센서가 내부 소음이나 페달 작동 속도를 감지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AI 기술이 차량 대 차량, 차량 대 보행자, 차량 단독 상황 등을 인지해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도 있다. 보험개발원 조경근 연구원은 “급가속이 페달 오조작으로 발생한 것인지 운전자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전자 얼굴을 비추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운전자의 표정과 페달 오조작을 연계해 위험 상황을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일본은 고령자 대상 보조금 지급

이 같은 장치가 가장 보편화된 일본은 200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자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령 운전자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서포트카S’ 인증 차량에 한해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 또 고령자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을 구입하면 최대 4만 엔(약 35만 원)을 보조해 준다. 유로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NCAP)도 2026년부터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가속에 대한 안전도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페달 오조작 방치 장치가 설치된 차량은 운전면허시험장 외에 찾기 어려웠다. 올해 1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연구개발(R&D) 수요 조사를 막 시작한 단계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적용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효석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이미 200개가 넘는 차종에 방지 장치가 설치됐다”며 “화물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부터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
▽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EV라운지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차·테크] 랭킹 뉴스

  • 미국인들 사랑받는 한국산 SUV “또 새로워진다”…어떤 매력 더해질까?
  • '최상위 럭셔리의 상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국내 판매 1만 대 돌파
  • '극한의 성능과 럭셔리' 올 뉴 디펜더 OCTA, 사전 계약 시작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시승 이벤트 실시
  • 티볼리, 10년 만에 국내외 누적 판매 42만 대 돌파
  • '1년 더 담금질' 현대차 아이오닉9, 기아 EV9와 비교하면...

[차·테크] 공감 뉴스

  • 3년이나 탔는데 “이게 말이 안된다”…미국이 ‘홀딱’ 반한 한국차
  •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1천만 원대’의 역대급 가성비라는 오프로드 SUV 등장.. 토레스랑 닮았는데?
  • 세계적 사랑 받았는데…”줄줄이 사라진다” 우려가 현실로
  • '리니지2M' 5주년 업데이트 상세 소개...신규 종족 '카마엘' 등장
  • [토픽]해외게임통신 494호, "올해 최고의 게임은? TGA GOTY 후보 공개"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입소문으로 유명하던 맛집을 한 곳에서! 인천 맛집 BEST5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살코기,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닭곰탕 맛집 BEST5
  • 푹- 끓여내어 야들야들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의 만남, 육개장 맛집 BEST5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 트럼프 2.0 시대가 ‘오징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대가족’, 가족 의미 곱씹게 하는 착한 영화
  • [오늘 뭘 볼까] 팅커 테일러 올드 스파이..시리즈 ‘스파이가 된 남자’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배인혁X김지은 ‘체크인 한양’, 용천루 하오나 4인방 “끝까지 한 배 타고 가자”

    연예 

  • 2
    찰스 슈왑(SCHW.N) CEO "규정 변경 후 암호화폐 대비해야"

    뉴스 

  • 3
    우버(UBER.N), 중국 '포니AI' 미국 IPO 투자

    뉴스 

  • 4
    '피아노 제왕' 조성진, 라벨 독주곡 전곡&협주곡 음반 디지털 선공개

    연예 

  • 5
    ‘놀뭐’ 유재석, 환경공무관 일일체험에 “낙엽이 낭만이 아니야”

    연예 

[차·테크] 인기 뉴스

  • 미국인들 사랑받는 한국산 SUV “또 새로워진다”…어떤 매력 더해질까?
  • '최상위 럭셔리의 상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국내 판매 1만 대 돌파
  • '극한의 성능과 럭셔리' 올 뉴 디펜더 OCTA, 사전 계약 시작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시승 이벤트 실시
  • 티볼리, 10년 만에 국내외 누적 판매 42만 대 돌파
  • '1년 더 담금질' 현대차 아이오닉9, 기아 EV9와 비교하면...

지금 뜨는 뉴스

  • 1
    김준수→이성경 ‘알라딘’, 몽드샬롯 코스부터 엔제리너스 스페셜 음료까지

    연예 

  • 2
    "'눈물의 여왕'과 다른 점은…" 조보아 만난 김수현, '넉오프'로 연타석 홈런 칠까 [MD포커스]

    연예 

  • 3
    WayV 'FREQUENCY' 5인 5색 캐릭터 하이라이트 클립

    연예 

  • 4
    한국산 푹 빠지니 “드디어 터졌다”…전 세계 ‘들썩’이자 정부도 나섰다

    뉴스 

  • 5
    스카프 패션으로 화제 모은 지드래곤, 이번엔 급기야 바지 대신 속옷만 입고... (사진 6장)

    연예 

[차·테크] 추천 뉴스

  • 3년이나 탔는데 “이게 말이 안된다”…미국이 ‘홀딱’ 반한 한국차
  •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1천만 원대’의 역대급 가성비라는 오프로드 SUV 등장.. 토레스랑 닮았는데?
  • 세계적 사랑 받았는데…”줄줄이 사라진다” 우려가 현실로
  • '리니지2M' 5주년 업데이트 상세 소개...신규 종족 '카마엘' 등장
  • [토픽]해외게임통신 494호, "올해 최고의 게임은? TGA GOTY 후보 공개"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입소문으로 유명하던 맛집을 한 곳에서! 인천 맛집 BEST5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살코기,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닭곰탕 맛집 BEST5
  • 푹- 끓여내어 야들야들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의 만남, 육개장 맛집 BEST5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 트럼프 2.0 시대가 ‘오징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대가족’, 가족 의미 곱씹게 하는 착한 영화
  • [오늘 뭘 볼까] 팅커 테일러 올드 스파이..시리즈 ‘스파이가 된 남자’

추천 뉴스

  • 1
    배인혁X김지은 ‘체크인 한양’, 용천루 하오나 4인방 “끝까지 한 배 타고 가자”

    연예 

  • 2
    찰스 슈왑(SCHW.N) CEO "규정 변경 후 암호화폐 대비해야"

    뉴스 

  • 3
    우버(UBER.N), 중국 '포니AI' 미국 IPO 투자

    뉴스 

  • 4
    '피아노 제왕' 조성진, 라벨 독주곡 전곡&협주곡 음반 디지털 선공개

    연예 

  • 5
    ‘놀뭐’ 유재석, 환경공무관 일일체험에 “낙엽이 낭만이 아니야”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김준수→이성경 ‘알라딘’, 몽드샬롯 코스부터 엔제리너스 스페셜 음료까지

    연예 

  • 2
    "'눈물의 여왕'과 다른 점은…" 조보아 만난 김수현, '넉오프'로 연타석 홈런 칠까 [MD포커스]

    연예 

  • 3
    WayV 'FREQUENCY' 5인 5색 캐릭터 하이라이트 클립

    연예 

  • 4
    한국산 푹 빠지니 “드디어 터졌다”…전 세계 ‘들썩’이자 정부도 나섰다

    뉴스 

  • 5
    스카프 패션으로 화제 모은 지드래곤, 이번엔 급기야 바지 대신 속옷만 입고... (사진 6장)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