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때 관계가 소원해졌던 현대자동차와 관계 개선으로 제품 공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이 있다.
박정호 한국타이어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은 4월 16일 경기 성남시 한국타이어 판교 본사에서 열린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참석해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3~4년 후에는 국내 어느 경쟁사 보다 저희 타이어가 현대차·기아에 많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한국타이어가 수주량이 국내 경쟁사 대비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수주량이 적었고 현대차가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며 해외 메이저 타이어사들을 썼던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현대차와 관계가 소원했던 계기에 대한 설명이다.
다만 그동안 관련업계에서는 다르게 봤다. 관련업계는 현대차가 2015년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한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한 이후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문제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자 4만3000대의 리콜을 시행하며 양사 관계가 멀어진 것으로 본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현대차그룹 신차용 타이어(OE) 수주에 고배를 마셨다. 특히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라인업이 늘며 고급화를 추구하는 현대차 전략에 맞춰 고급 수입 브랜드 타이어가 더욱 많이 장착되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는 2022년 충남 태안군에 아시아 최대 규모 테스트 트랙인 ‘한국테크노링’을 열며 화해 무드가 본격 조성됐다. 한국테크노링에는 현대차그룹의 주행체험 시설인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함께 개관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는 테스트 트랙을 조성하며 월~목요일에는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시험주행으로, 금·토·일요일에는 현대차가 고객 주행 체험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주행시험장을 임대해 사용하며 상호 협력을 강화했다.
박 부사장은 “국내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기아와 저희의 관계는 굉장히 좋다”며 최근 한국타이어의 품질력이나 브랜드 인지도 등을 현대차에서도 재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나오는 신규 차에 대해서는 한국타이어의 수주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한국타이어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전기차 시대에 앞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선보이는 등 선제적인 제품 혁신 노력을 눈여겨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부사장은 “현대차·기아도 전기차로 전환하며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며 전기차 타이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타이어가 2022년 처음 선보인 아이온은 세계 첫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다. 아이온은 출시 후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16인치부터 22인치까지 202개 규격으로 판매 중이다. 현재 아이온은 현대차 ‘아이오닉 6’를 비롯해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Q4 e-트론’, BMW ‘i4’, 폭스바겐 ‘ID.4’, 테슬라 ‘모델Y’·‘모델3’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전기차에 OE로 공급되고 있다.
현재 아이온은 ▲올시즌 ‘아이온 ST AS’, ‘아이온 에보(evo) AS’ ▲여름용 ‘아이온 에보’ ▲겨울용 ‘아이온 아이셉트(icept)’ ▲올웨더 ‘아이온 플렉스클라이메이트(FlexClimate)’ 등 5가지 라인업을 갖췄다. 그동안 아이온은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16인치부터 22인치까지 202개 크기로 판매되고 있다.
김승현 한국타이어 EV마케팅팀 팀장은 “급격히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타이어는 한발 앞서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전기차 전용 겨울용 라인업인 ‘아이온 아이셉트(icept)’를 글로벌 유일 출시하고 최초의 올웨더 전기차 전용 라인업인 ‘아이온 플렉스클라이메이트(FlexClimate)’를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고유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기술 ‘아이온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를 아이온에 적용했다. ▲아이 사운드 옵저버(저소음 특화) ▲아이 슈퍼 마일리지(마일리지 강화) ▲아이 퍼펙트 그립(완벽한 그립력) ▲아이 익스트림 라이트니스(낮은 회전저항) 등 4대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에 최적화된 주행력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아이온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슈드(TÜV SÜD)에서 경쟁사 제품 대비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사계절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 AS’는 평가 결과에서 글로벌 경쟁 브랜드 3개 비교군 평균치 대비 최대 25% 우수한 성능을 보이기도 했다.
김 팀장은 “아이온을 현재 5가지 라인업에서 올해 말까지 2가지 라인업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며 “연내 259개 크기 아이온 제품을 보유할 예정으로 현재 100개의 크기 타이어 조차 보유하지 못한 브랜드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온의 전체 OE 판매 비중은 30% 정도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8대 중 1대가량이 아이온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아이온의 라인업 확장 외에도 친환경 기술력 적용에 힘쓰고 있다. 현재도 일부 재생 원료로 타이어를 생산하지만 앞으로 재활용·친환경 소재를 다량 함유한 타이어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박정호 부사장은 “최첨단 혁신 인프라와 철저한 분석을 통한 미래 시장 예측, 과감한 투자를 통한 원천 기술 확보가 있었기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에서 경쟁사 보다 앞선 성과를 나타내며 선도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계속 선도할 수 있도록 우수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하이 테크놀로지 기반 혁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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