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1∼3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톱10 중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지로 가진 차량이 7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엔 톱10 중 4종만이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있던 것에 비춰 보면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이 1년 새 눈에 띄게 심화된 셈이다.
8일 시장분석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승용차 판매 상위 10위 중에 하이브리드가 있는 모델은 쏘렌토(기아), 싼타페(현대자동차), 카니발(기아), 스포티지(기아), 그랜저(현대차), 투싼(현대차), 아반떼(현대차) 등 7종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랜저, 아반떼, 스포티지, 쏘렌토 등 4종뿐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각 모델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톱10 중에 판매량 6위(1만6998대) 쏘렌토만 하이브리드 비중이 60.4%로 50%를 넘겼다. 하지만 올해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50%를 넘는 모델이 5종에 이른다. 1분기 판매 톱3 중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쏘렌토(73.5%), 싼타페(69.2%), 카니발(53.8%)이 1분기 전체 판매량 1∼3위를 휩쓸기도 했다. 잘 팔리는 차량은 대체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신차 중에 하이브리드 비중은 올 1분기 28.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7.8%였는데 10.7%포인트 늘었다. 판매 대수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지난해 1분기에는 6만8249대에서 올해 1분기 9만9496대로 45.8% 증가한 것이다. 전기차가 ‘충전 인프라 부족’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지면서 하이브리드 쪽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하이브리드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기아는 올해 6개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2028년에는 9개로 늘리는 계획을 5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에는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가 하이브리드로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경우엔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를 내년에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는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이 1종도 없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포드도 최근 2030년까지 모든 전기차 모델에서 하이브리드를 함께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아우디도 게르노트 될너 CEO가 올 1월 “2025년까지 다양한 신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전기차 이외에도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7∼12월)에 중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프로젝트명 오로라1)을 출시해 그동안의 내수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전략을 짰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우위 시장이 최소 3∼4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으면 당장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제품군 강화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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