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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印尼서 배터리-전기차 모두 생산… 日장악 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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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 차량들로 가득한 도로 위에 흰색 배경에 파란색 띠가 들어간 번호판이 속속 보였다. 이는 전기차 전용 번호판으로 일반 차량들과는 달리 ‘차량 홀짝제’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공교롭게 전기차 번호판을 단 차량은 대부분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였다.

자카르타에서 10년 가까이 기업체 소속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에코 암보로 씨(41)는 “기업 대표들은 현대차의 전기차를 선호한다. 외관이 색다르고, 내부 기능도 일본차 브랜드에는 없던 것들이 많아 ‘신선하다’는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차 브랜드들이 석권하고 있다. 작년에 팔린 차량의 90% 이상이 일본차다. 하지만 전기차로 한정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해 현대차는 7475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중국 우링 자동차(6968대)를 누르고 점유율(44.3%) 1위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7∼9월)가 되면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3분기부터 인도네시아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현지 배터리공장이 올해부터 본격 가동된다. 현대차는 202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선 그룹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준공했는데, 배터리까지 현지에서 공급받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 공략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산 배터리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모델은 신형 코나 일렉트릭이다. 현대차는 이르면 8월, 이 모델을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2022년 현지 생산공장 설립과 동시에 반조립제품(CKD)으로 아이오닉5를 생산하며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을 개척해왔다.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순수 전기차다.

“印尼 생산 배터리 단 현대차, 현지인에 자국산 느낌”… 日과 차별화
[창간 104주년]
[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2〉 인도네시아서 질주하는 현대차
2022년 車공장, 올해 배터리 공장… 전기차 생산 역량 크게 높아질듯
현지화 전략… 3년새 점유율 39배
日업계 긴장 “현대차 성장 막아라”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 내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에서 현지 노동자들이 전기차 아이오닉 5에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8월, 현지 출시할 신차인 코나 일렉트릭에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만든 인도네시아산 배터리를 처음 탑재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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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 내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에서 현지 노동자들이 전기차 아이오닉 5에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8월, 현지 출시할 신차인 코나 일렉트릭에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만든 인도네시아산 배터리를 처음 탑재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달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 내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구간에선 한국에서 제조돼 인도네시아로 수입된 배터리가 부착되고 있었다.

현대차는 늦어도 3분기(7∼9월)에는 한국산이 아닌 인도네시아산 배터리를 이 공정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산 배터리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 ‘HLI 그린파워’에서 양산되는 제품이다. 현대차는 물류비를 줄이고, 배터리 공급 납기일도 단축시켜 전기차 생산 효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기에 ‘현대차=현지화된 차량’이란 인식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배터리부터 전기차까지 공급망 완성

인도네시아산 배터리가 처음으로 탑재될 코나 일렉트릭의 현지 출시 시점은 이르면 8월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수십 년간 일본차 브랜드가 장악해 온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다크호스’로 여기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일본차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전기차와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다목적차량(MPV)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진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현지화 모델 2개 종(크레타, 스타게이저), 그리고 싼타페까지 총 4개 모델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산 배터리를 공급받으면 전기차 생산 역량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 기지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현대차그룹 최초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만든 완성차 공장이다. 2022년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지난해 말까지 누적 15만9760대를 생산했다. 이 중 수출량은 9만6886대로 전체 생산량의 60.6%에 이른다.

김문구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 생산실장은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면 현지인들에게 자국산에 가까운 느낌을 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지역 공략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진부함’ 깨는 새바람 몰고와

다음 날 오전 자카르타 남부의 한 현대차 대리점에선 직원들이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곳은 자카르타에 7개 현대차 매장을 소유한 맘팡 딜러그룹이 운영하는 곳 중의 하나다. 매장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아이오닉 5·6가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전시돼 있었다.

이 딜러그룹을 이끄는 이는 라이날디 세티아완 사장(31)이다. 아버지에 이어 딜러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일본 닛산이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생산공장이 없으면 현지인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다른 수입차 브랜드를 제쳐두고 현대차와 딜러십 계약을 체결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결하는 기능을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등 이전에는 없던 경험을 제공하면서 젊고 신(新)기술에 호의적인 인도네시아 고객의 마음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의 판매량은 2022년 현지 생산공장이 가동되면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현대차 현지 판매법인(HMID)이 설립된 2020년엔 승용차 판매량 762대로 점유율 0.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3만5736대를 팔아 점유율(3.9%)이 39배로 뛰면서 인도네시아 내 6위 자동차 판매업체로 올라섰다. 차우준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장은 “한 일본차는 ‘현대차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막으라’라고 지령을 내린 것으로 안다. 일본차가 긴장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라고 귀띔했다.

● 中 전기차와의 경쟁도 본격화

전기차로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7475대를 팔아 점유율 44.3%로 1위다. 하지만 수출 전선 확장에 나선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9∼12월)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인도네시아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6000만 원대 아이오닉 5와 1억 원대 아이오닉 6 등 상대적으로 고가 모델을 판매하는 현대차에 5000만 원 미만의 가성비 차량으로 무장한 비야디는 강적일 수밖에 없다.

차우준 법인장은 “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국제 모터쇼(IIMS)에서 비야디가 실(Seal), 아토3, 돌핀 등 전기차 모델을 대거 전시하고 사전 계약도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며 고급화 전략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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