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KT 1대주주가 됐다. 국민연금이 차익실현을 위해 보유 지분을 줄이면서다. 국민연금이 KT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2009년 KT-KTF 합병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KT 경영에 한발 물러서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통신업계와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지난달 20일 기준 8.53%에서 7.51%로 1.02%포인트(P) 감소했다. 보유 주식수는 2226만2450주에서 1937만8169주로 줄었다.
국민연금이 KT 지분을 팔아 치우면서 기존 2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분율 7.89%(현대차 4.75%·현대모비스 3.14%)로 KT 1대주주에 올랐다. 앞서 지난 2022년 KT는 자사주 약 7500억원(7.7%)을 현대차 4456억원(1.04%), 현대모비스 3300억원(1.46%) 규모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상호 지분을 취득했다.
현대차그룹의 최대주주 지위 확보는 KT 법인 출범 후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KT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는 최대주주 변경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익성 심사 및 인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의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파악했다”며 “위법 상황을 피하기 위해 KT에 최대주주변경 승인을 신청하라고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KT 최대주주 지위 확보가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것은 아닌만큼, 당장 KT 경영 참여 확대 의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사주 교환을 통해 KT와 혈맹 관계를 맺어온 현대차그룹이 KT 경영권을 확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KT가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로서 권리행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반면, KT에 대한 경영참여 의지가 없을 경우에는 정부 규제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KT는 현대차그룹과 상호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1대주주 등극은)국민연금의 KT 지분 매각에 따른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KT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도를 위해 차세대 통신 인프라 및 ICT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기업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할수 없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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