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3년 68조 원 투자 계획은 연평균 기준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급변하는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대응해 과감한 투자로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밝힌 3년간 8만 명 채용 역시 삼성의 채용 목표를 뛰어넘는 규모로 취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연평균 22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액(17조5000억 원)보다 30%가량 늘어났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는 흐름과는 상반되는 공격적 투자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31조1000억 원은 전동화와 SDV, 배터리 내재화 등 미래 신산업 연구개발(R&D)에 집중된다. 또 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 분야의 인수합병(M&A) 등에도 1조6000억 원을 쓸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 본질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현대차그룹의 밸류(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EV) 전용 공장 신증설과 연구 인프라 확충,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 등에는 35조3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4∼6월)에는 광명 이보플랜트(EVO Plant)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돼 소형 전기차 EV3가 생산된다. 2025년 하반기(7∼12월)에는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에서 고객 맞춤형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도 생산할 방침이다. 2026년 완공되는 울산 EV 전용 공장에서는 제네시스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가 만들어진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에 105층 빌딩으로 지으려 한 GBC를 55층 2개동으로 낮춰 짓기로 결정한 것도 미래 신산업에 투자하는 실리적인 전략으로 분석된다. 감축한 투자비를 활용해 GBC에 도심항공교통(UAM)과 PBV 등 신기술을 녹여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8만 명 채용 목표도 제시했다. 2022년 삼성이 발표한 5년 8만 명보다 연평균 기준 매년 1만 명가량을 더 뽑는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연간 영업이익은 26조7348억 원으로 삼성전자(6조5670억 원)의 약 4배 수준이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채용 규모는 국내 부품산업에 미치는 추가 고용 효과를 더하면 3년간 19만8000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전체 채용 가운데 절반 이상(55%)인 4만4000명은 전동화와 SDV 신사업 분야에서 선발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EV 라인업을 31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형 EV 차량과 부품 연구개발(R&D) 분야의 신규 채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SDV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소 산업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신규 고용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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