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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초강수 한미 오너가…경영권 쟁탈戰 향방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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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정기주주총회를 코앞에 두고 각각 마지막 회심의 카드를 꺼내며 고지점령을 위한 최종전에 돌입했다.

형제 측은 키맨이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우군으로 만든 한편, 현 이사회를 아군으로 둔 모녀 측은 형제를 사장직에서 해임, 송영숙 회장은 후계자로 임주현 사장을 공식 지목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 한미약품그룹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이달 28일 ‘제51회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종윤,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하면서 오너 일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두 형제의 사임과 관련해 “회사에 임종윤·임종훈 전(前) 사장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며 “회사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했고 임종윤 사장은 오랜 기간 개인사업 및 타 회사(DX&VX) 영리를 목적으로 당사 업무에 소홀하는 등 지속적으로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어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동욱 회장 등에 업은 형제…40.56%로 단순 지분으로는 우세

한미약품그룹은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전 사장 측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간의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와 통합을 위해 보통주 643만주를 주당 3만7300원에 OCI홀딩스에 발행하기로 결정, 이종(異種) 산업 간 결합이라는 통합경영을 전략을 선택하며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남은 상속세와 연구개발(R&D)을 위한 자본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이에 형제 측은 해당 유상증자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며 수원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 경영복귀를 위한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사태가 급속도로 전개됐다.

특히 분쟁 초기만 해도 28.4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35% 지분을 보유한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 측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키맨으로 불리던 12.15% 지분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 형제를 지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신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와 오랜 지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은 “대 임성기 회장님의 뜻에 동감해 주주로서 참여한 이래, 오랜 세월 회사의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의 과정을 곁에서 보아 왔고, 선대 회장님 작고 후에도 후대 가족들이 합심해 회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며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간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그 결과 주가도 상당한 하락을 경험했다”며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 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임종윤(왼쪽),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 임종윤 측
임종윤(왼쪽),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 임종윤 측

신 회장을 등에 업은 형제 측 지분은 단숨에 40.56%로 확대, 현 한미사이언스 경영진 지분을 앞도하게 됐다.

이후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임종윤·종훈 사장 모두를 전격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모녀 측이 아직까지 한미사이언스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마지막 신호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 측 차이는 5.56%p(포인트)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기준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13.64%를 보유한 소액주주 3만8470명의 표심이 한미약품경영 분쟁의 향방을 결정짓게 된다.

주주총회 당일에는 한미사이언스 자기주식 219만3277주(3.14%)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에 6776만3663주(96.86%) 가운데 절반인 48.43% 이상을 확보하는 측이 최종 대결에서 우세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선대회장님의 한미 경영 DNA를 이어 받아 한미약품그룹을 진정한 글로벌 파마로 도약시키겠다”며 “주주총회를 통해 저희 형제에게 기회가 준다면, 창업주이신 선대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고 한미약품그룹의 재건과 번영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 갈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송 회장 “임성기 회장 정식 후계자는 딸”…법원, 형제 측 소송 기각

지분 상황이 역전되자 송영숙 회장은 26일 임주현 사장을 선대 회장을 이을 공식 후계자로 지정했다.

송 회장은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다”며 “두 아들의 말 못할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했다.

또 그는 “두 아들의 선택(해외 펀드에 지분 매각)에는 아마 일부 대주주 지분도 약속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조원 운운하는 투자처의 출처를 당장 밝히고, 아버지의 뜻인 ‘한미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기업으로 영속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지적했다.

특히 송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이 모든 걸 자신에게 맡기고 떠난다고 했다며 기업을 이을 후계자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회장을 지목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 뉴스1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 뉴스1

송 회장은 “그동안 두 아들이 공개적으로 어미인 나를 모욕해도, 부모의 마음으로 아들 둘을 믿으며 참고 또 참아 왔지만 이제 결단을 할 때다”라며 “송영숙에게 모든 걸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를 이어갈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혔다.

법원도 모녀 측의 손을 들었다. 26일 수원지법이 임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기각 사유다.

임종윤 전 사장 측은 “즉시 항고할 것이고, 본안 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을 받아볼 것이다”고 맞섰지만 OCI그룹과 한미그룹 간의 통합에 제동을 걸기에 역부족한 상황이다.

7.66%를 소유 중인 국민연금도 송 회장 측에 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후보 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하고, 임종윤 측 주주 제안에는 ‘이사회 교착이 우려된다’며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국민연금은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사법 리스크를 가진 비윤리적 경영자가 아닌 경우 현 경영진으로 표심이 향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모녀 측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집안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누구의 편이 아닌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해 국내 제약 산업을 진일보하는데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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