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서 배달일을 하는 50대 최모 씨는 올 1월 기존 경유 1t 트럭을 액화석유가스(LPG) 1t 트럭(현대자동차 ‘포터2’)으로 바꿨다. 친환경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 트럭으로 교체할까 고민하다가 LPG 트럭으로 최종 결정했다. 최 씨는 “전기 트럭은 충전 경쟁이 심해 다른 차주들과 다툼이 나는 경우가 많고, 겨울엔 운행 거리가 더 짧아진다는 얘기를 들어 최종적으로 LPG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기 트럭에 밀려 사라질 것만 같았던 LPG 1t 트럭이 가성비와 친환경을 앞세워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규제 강화로 지난해 말 경유 1t 트럭 생산이 중단되자 그 빈자리를 전기 트럭이 아닌 LPG 트럭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주행 거리와 충전소 부족 등으로 전기 트럭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LPG 트럭의 인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LPG 1t 트럭(포터·기아 봉고) 신차 등록대수는 총 7950대였다. 반면 경유는 384대, 전기는 42대에 불과했다. LPG 트럭이 전기 트럭보다 200배 가까이 더 팔린 셈이다. 1월에도 LPG가 8509대로 경유 2599대와 전기 74대보다 훨씬 많았다. LPG 1t 트럭 출시 이전인 지난해 9월만 해도 LPG 0대, 경유 8116대, 전기 1938대였다.
올해 LPG 1t 트럭 수요가 급증한 것은 1월부터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경유차는 택배, 통학차로 신규 등록할 수 없게 돼서다. 이에 맞춰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경유 1t 트럭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그 대신 LPG 1t 트럭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LPG 포터를 2003년 단종한 뒤 20년 만에 부활시켰고, 기아는 이번에 LPG 봉고를 처음 생산했다.
1t 트럭은 소상공인의 ‘생명줄’로 불린다. 무거운 짐을 싣고 장시간 운행해야 하는데 LPG와 전기를 꼼꼼하게 비교한 소상공인들이 대부분 LPG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LPG 충전 가격은 L당 평균 970원이다. L당 1500원대인 경유보다 연간 약 70만 원의 유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또 LPG 트럭은 한 번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이는 전기 1t 트럭(211km)의 2.5배 수준이다. LPG는 친환경성에서도 장점이 있다.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경유차의 9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승용차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누르고 판매량이 는 것처럼 1t 트럭에서는 LPG가 전기 트럭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LPG 업계는 1t 트럭에도 LPG 신차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까지 100만 원이던 LPG 화물차 신차 구입 보조금은 올해부터 사라졌다. 배출가스 4등급 경유차를 조기 폐차할 경우 800만 원의 지원금만 준다. 반면 전기 화물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하면 최대 2000만 원 이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생산이 중단됐던 LPG 쏘나타 택시도 곧 재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 택시에 집중하는 전략을 쓰며 LPG 쏘나타 택시를 단종했다. 하지만 전기 택시 판매량이 올해 들어 주춤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다 택시 업계가 차량 가격이 저렴하고 유지 관리가 쉬운 점 등을 고려해 LPG 택시 출시를 요구해온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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