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년여 만에 내연기관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다시 꾸리고 새로운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본부 전동화성능개발센터 내 엔진설계실을 신설했다. 엔진설계실은 150~200명 규모 조직으로, 기존에 전동화 부서로 분산된 내연기관 연구개발 인력을 다시 모았다. 현재 회사 내외부에서 추가 인력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취임한 양희원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엔진설계실을 진두지휘한다. 연구개발본부 차원에서 유럽연합(EU) 배출가스 규제(유로7) 등에 따른 기술 대응은 물론 앞으로 출시할 신규 엔진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 말 박정국 사장의 연구개발본부장 취임과 동시에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파워트레인담당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변경하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했다. 파워트레인이라는 명칭을 쓰던 산하 조직명은 모두 전동화로 바꿨다. 연구개발 핵심 축을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중심으로 옮겨가려는 취지였다.
당시 조직 개편을 두고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올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2년간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차 성장 둔화와 더불어 현대차그룹 핵심 시장인 EU와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엔진 개발 필요성이 대두됐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내연기관 종말’을 의미했던 ‘유로7’ 대응을 위해 모든 EU 판매 차종의 내연기관(ICE)을 단종하고, 하이브리드(HEV)와 전기(EV)로 대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유로7’ 초안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부딪히자 EU와 의회는 배출가스 기준을 현행 ‘유로6D’ 수준으로 유지하는 완화된 안을 최종 의결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역시 최종 규제 발표에서 업계에 대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 요건을 완화하고, 새 배출가스 기준을 2027∼2029년 사이 점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종식될 것으로 예상됐던 내연기관의 수명이 연장된 셈이다.
엔진설계실은 향후 ‘유로7’ 대응을 위한 신형 엔진을 개발한다. 배출량에 대한 규제는 완화됐지만, 테스트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등 대응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제네시스 제품군에 하이브리드 도입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 수명 연장은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확보에 긍정 요소다. 기존 엔진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개발비를 줄일 수 있고,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배터리가 빠져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생산·판매 비중을 적절히 조정해 시장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강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로7 법규 대응 관련해 연구개발본부에서 지속적으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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