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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회장직’ 신설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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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해외 의약품 도매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신약개발사로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필두로 굵직한 기술수출 실적을 잇따라 거둔 데다, 비교적 늦게 진출한 개량신약 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면서다.

제2의 렉라자 발굴 시작

22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유한양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에서 전문의약품이 61.2%, 일반의약품이 10.4%, 라이선스 수익이 0.6%, 생활용품 등 기타 사업부문이 22.8%를 차지했다. 이 중 전문의약품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개발사 베링거인겔하임&릴리)와 자디앙(베링거인겔하임),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베링거인겔하임),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길리어드사이언스) 등 대부분이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으로 일명 ‘도입약’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시장 선호도가 높아 도입해 판매만으로도 매출이 보장되지만 특허만료에 따른 약가인하와 판매계약이 종료될 경우 매출이 타격받을 위험이 있다. 이에 유한양행은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첫 결실이 ‘렉라자’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렉라자를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전 얀센)에 약 1조7000억원에 기술수출하면서 R&D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3건의 기술수출 실적을 추가로 쌓았다. 이들 3건의 계약금액은 총 20억6550만달러(2조7000억원)에 달한다. 렉라자는 국내 첫 블록버스터(연 매출액 100억달러 이상) 신약 후보로 꼽힌다. 현재 존슨앤드존슨이 미국과 유럽 내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제2의 렉라자 발굴을 위해 국내 바이오텍으로부터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총 6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이 중 가장 큰 계약금을 주고 들여온 물질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알레르기 질환 신약 후보물질인 ‘GI-301’이다. 총 계약금액은 1조4090억원으로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에 있다.

개량신약 매출액 ‘쑥’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제품군도 2018년 이후 부쩍 늘었다. 2018년 단 2개이던 개량신약 제품은 지난해 13개로 늘어났다. 특히 국내 허가를 받은 고지혈증 복합제인 ‘로수바미브정(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은 매출액 849억원을 거두며 해외 도입제품을 제치고 전문의약품 매출액 2위 품목에 자리했다.

개량신약은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의 제형이나 용법, 용량을 변경해 개선한 의약품이다. 제네릭의약품보다 수익성이 높고 연구개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어 혁신신약 개발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한다.

유한양행은 현재 개량신약 전문 개발사인 애드파마를 통해 탈모, 고혈압 등을 타깃으로 하는 개량신약 후보물질 9개의 임상시험을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규제당국으로부터 개량신약 2개의 허가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7년 애드파마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자리했다.

글로벌 50대 제약사 도약 목표

유한양행 공채 출신만을 임원으로 선임하던 순혈주의 전통도 이 같은 체질개선 바람에 변화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김열홍 고려대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R&D 총괄(사장), 이영미 전 한미약품 전무이사를 R&BD 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한양행의 사장·부사장 6명 중 절반이 외부인사다.

실무급 연구인력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인력은 총 417명으로 전년 대비 20%(72명) 증가했다. 연구개발비는 1944억원으로 같은 기간 8%(144억원) 늘어났다.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오른쪽)과 조욱제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주주총회장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앞서 유한양행은 최근 회장·부회장직을 신설을 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주주들이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립정신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진들의 긴 설득 끝에 가결됐다.

유한양행이 논란을 무릅쓰고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한 이유는 R&D(연구개발) 분야를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렉라자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우수한 R&D 인력을 영입하고,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직제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회장·부회장직 신설으로 R&D 인력을 보다 유연하게 영입할 수 있게 된 만큼, 혁신신약 개발 모멘텀(동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혁신신약 개발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잇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에 참여하는 등 10여년 전부터 신약개발 투자를 늘렸고 최근 그 결실을 보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에 회장,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R&D 분야를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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