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5000억원, 작년보다 14.7% 줄어
과기계 ‘네이처’ 학술지 기고 등 반발
5일 대통령실 “2025년 예산 대폭 증액”
과기계 관계자 “총선용 수습으로 보여”
33년 만에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 후폭풍이 거세자 정부가 논란을 진화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4·10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지난 20일 “4대 과학기술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여타 대학과 차별화돼야 한다”며 “현장에서도 주도적으로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제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차관은 지난 20일 4대 과기원(카이스트·지스트·디지스트·유니스트) 총장들과 만나 R&D 예산 혁신안을 논의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차관은 참석자들과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 생활 장학금 제도와 연구 장비 신속 도입, 자율적인 예산 편성·집행 등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전년보다 4조6000억원(14.7%)가량 삭감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1991년 후 첫 R&D 예산 삭감인 만큼 파장은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과학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던 기존 메시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 과학기술계의 공분을 샀다.
국내 교수진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기고문과 특별법 제정 촉구 등으로 반발을 표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교수진들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한국의 R&D 예산 삭감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기고문을 통해 “14.7% 삭감된 R&D 예산은 전반적으로 연구자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기협은 R&D 인력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현재 과기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22대 국회에 바란다’는 10대 정책 과제 발표를 통해 ▲국가적 혁신 체제 구축 및 혁신 투자 확대 ▲과감한 인력 및 세제 지원 ▲기업 규제 및 무역 환경 개선 ▲기술 기업 육성 지원 등을 요구했다.
산기협은 “중소기업 또한 올해 정부 R&D 예산 삭감으로 과제가 중단되고, 연구원이 퇴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잇단 과기계 반발…대통령실 “내년도 R&D 예산 대폭 증액하겠다”
잇단 과기계의 반발에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증액한다는 입장이다. R&D 예산 삭감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자, 정부는 일보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2025년도 R&D 예산’에서 혁신 선도형 R&D 부분을 대폭 증액하겠다며 공식적으로 못을 박았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은 “혁신 선도형 R&D 사업에 내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내년도 정부 R&D 투자 방향을 과학기술혁신본부, 재정 당국과 협의해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10 총선이 채 20일 남은 시점에서 표심잡기 정책이 아니냐는 질문에 과기정통부는 고위 관계자는 “총선용이라고 본다면 할 말은 없지만, 성과가 날 수 있는 R&D를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라며 “총선용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주장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인 황정아 박사가 총선 출마 선언 자리에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더욱 힘이 실렸다.
지난달 22일 황정아 국회의원 후보(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 을)는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R&D 예산 삭감 여파로 연구 현장은 쑥대밭”이라고 힐난했다.
이후 같은 달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급 자리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과학혁신본부장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류광준 전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을 임명해 R&D 예산 증액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류 본부장이)기재부에서 왔고, 과기정통부에선 R&D 예산과장을 지냈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재부와 소통이 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답했다.
R&D 예산 확대 발언에 관해 익명을 요청한 한 과기계 관계자는 “예산을 대폭 삭감할 땐 언제고, 4월 총선이 다가오니 이달부터 증액한다고 발표해 당황스럽다”며 “여론이 안 좋아지니 누가 봐도 총선용 수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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