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비중이 가장 높은 OTT는 디즈니 플러스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다른 OTT와 달리 대작 중심 라인업을 구성한 디즈니 플러스 콘텐츠 전략의 부작용이라고 분석한다. 대작과 대작 사이를 메울 볼거리가 없다는 의미다.
19일 KT그룹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기업 나스미디어의 ‘2024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에 디즈니 플러스를 해지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전체의 59.3%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국내 주요 OTT보다 18%p쯤 많은 수치다.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는 42%, 넷플릭스는 28%, 유튜브 프리미엄은 20% 쯤으로 나타났다.
디즈니 플러스 해지 경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분석된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2월 국내 만 15~6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무빙 마지막화가 나온 9월 20일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지난해 8월~9월 20일까지 공개된 ‘무빙’은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하지만 그 이후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무빙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디즈니 플러스 국내 이용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무빙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한 이들이 볼만한 게 부족했던 셈이다.
OTT 구독을 중단한 이유로 ‘보고 싶은/볼만한 콘텐츠가 없어서’라고 답변한 비중이 가장 많았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넷플릭스는 ‘구독료 부담’이 해지 사유 1위고 ‘볼만한 콘텐츠가 없어서’는 2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고 답변한 이들의 비중이다. 디즈니 플러스와 쿠팡플레이는 각각 45.3%, 43.6%가 볼거리 부족을 해지 이유로 꼽았다. 반면 티빙은 32.7%, 웨이브는 33.3%다. ‘보려고 했던 콘텐츠를 다 봐서’도 디즈니 플러스가 37.3%인 반면 티빙은 29.1%, 웨이브는 30.7%로 나타났다. 쿠팡플레이는 보려고 했던 콘텐츠를 다 봐서의 비중이 19.4%로 낮았다.
이 같은 비율 차이에서 디즈니 플러스와 다른 국내 OTT의 콘텐츠 편성 전략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무빙’ 만큼 흥행할 콘텐츠를 위주로 한 편성 전략을 취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올해도 대작 위주 오리지널 라인업을 구성했다. 대작으로 보이는 이유는 몸값이 높은 유명 배우가 주연을 맡아서다.
이동욱(킬러들의 쇼핑몰), 주지훈·한효주(지배종), 송강호(삼식이 삼촌), 차승원·김선호(폭군), 송강호(삼식이 삼촌), 김혜수(트리거) 등이 출연한다. 오리지널 예능도 유재석, 권유리, 김동현, 덱스 등이 나오는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3이다.
물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은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몸값이 높은 유명 배우 중심 드라마 위주다. 이런 대작 콘텐츠는 신규 이용자를 유입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시점 사이의 빈틈이다.
이용자를 계속 OTT 플랫폼에 묶어두려면 매일 또는 매주 다른 콘텐츠가 필요하다. 디즈니 플러스가 약한 부분이다. 디즈니 플러스와 다른 OTT의 차이점은 이 같은 ‘비오리지널 콘텐츠’다. 비오리지널 콘텐츠는 독점작이 아닌 매일 또는 매주 올라오는 서로 다른 콘텐츠를 말한다. 보통 TV채널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이 비(非)오리지널로 분류된다.
실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는 매일 같이 다른 국내 주요 TV채널 방송 프로그램이 올라온다. 티빙은 CJ ENM과 JTBC, ENA 등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웨이브는 지상파 3사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이 주력이다. 넷플릭스는 티빙·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섞여서 올라온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이 같은 역할을 한다.
반면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가 IP를 보유한 영화나 스타워즈·마블 등 특정 세계관 관련 작품 위주다. 한국 콘텐츠도 다른 OTT보다 부족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 영상 콘텐츠 이용자는 한국 콘텐츠를 선호하는데 넷플릭스나 티빙, 웨이브와 달리 디즈니 플러스는 계속 이용자를 붙들어 둘 수 있는 한국 콘텐츠가 물리적으로 적다”며 “요금제 약정이 없어 구독 해지가 쉬운 OTT 특성상 무빙이 끝난 시점에 디즈니 플러스 해지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는 오리지널이 아닌 콘텐츠도 계속 추가되니까 이용자가 유료방송처럼 시청하는 측면이 있는데 디즈니 플러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작 드라마 하나 보고 이탈할 위험이 크다”며 “디즈니 주력 콘텐츠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도 관련 스핀오프 작품까지 전부 찾아보는 열성 팬덤의 수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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