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4분의 1로 줄었던 이동통신 3사간 번호이동이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에 힘입어 다시 반등할 전망이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에 따라 가입자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이통사가 책정한 지원금이 시장 기대에 못미치면서 당장 가입자 이동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 3사간 번호이동수(알뜰폰 제외)는 약 275만건으로 단통법 도입 전인 2013년 약 1050만건과 비교해 75%가량 감소했다.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으로 가입 유형별 차별적 지원금 지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이통사간 가입자 쟁탈전이 줄어든 영향이다.
단통법 도입 이전 1000만건이 넘었던 이통사간 번호이동수는 2014년 750만건, 이듬해 590만건으로 급감했다. 2022년 255만건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지난해 275만건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통신사 변경보다는 기기변경을 통한 결합혜택을 유지하는 고객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구조가 시장경쟁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보고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단통법 시행령 고시 제·개정에 따라 소비자가 통신사를 옮겨 신규 스마트폰 개통을 할 경우 최대 50만원까지 전환지원금이 지급된다.
신규가입이나 기변보다 통신사 이동에 더 많은 지원금이 부여되면서 단통법 체제 아래 침체를 겪은 번호이동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LG유플러스는 홈페이지에서 환승할인 이벤트 내걸고 타 통신사 고객유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10년전과 같은 수준의 가입자 빼앗기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많다. 시장에 유통 중인 단말 종류가 한정된데다 기대수익을 고려할 때 과거처럼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받을 수 있는 전환지원금도 13만원이 상한이다. 정부가 발표한 최대 50만원에 한참 못미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제정된 10년전과 지금의 시장 상황은 전혀 다르다”면서 “3사 모두 인공지능(AI)을 새 먹거리로 키우는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재원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며 전산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아 대규모 번호이동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호탄은 쏘아올린 만큼 하반기 아이폰16 시리즈, 갤럭시 폴더블폰 등 고가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되면 본격적으로 가격경쟁 방아쇠가 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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