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강과 함께 요즘 대학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입니다. 과연 인간의 창의성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인가 라는 주제가 디자인 분야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뜨거운 주제 입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른바 Y2K라고 해서 2000년이 시작될 때 컴퓨터가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했던 2000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24년 전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을 걱정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새로운 21세기는 디지털의 시대이며, 모바일(Mobile)과 유비쿼터스(Ubiquitous)를 지나 인공지능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하지만, 21세가가 시작되고도 24년째가 된 지금, 우리들은 여전히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 전쟁을 치르는 아날로그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전보다 좀 더 많은 종류의 디지털 도구들을 쓰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훨씬 더 현실로 다가온 것은 놀라운 변화이긴 합니다.
여기 제시한 이미지는 인공지능 툴에서 그리스 신화 속의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Pegasus)를 크롬과 기계 이미지로 결합시켜 만든 것입니다. 실물이 없으므로 상상력을 발휘해 손으로 그려야 했던 모습이 인공지능 도구에 의해 눈앞에 펼쳐집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21세기의 디지털 기술은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오늘날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분야의 디자인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창궐을 계기로 디지털 도구를 통한 비대면 경향의 확산 같은 건 물론이고요, 영화를 손바닥 위에서 본다든가 집에서 스마트 TV로 보는 등 콘텐츠와 감성이 결합된 소프트웨어(software)적 특성의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 우리 주변의 사물과 디자인의 개념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hardware), 또는 하드웨어기술(hardware technology)은 제품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들의 사용성과 감성을 구체화 시킨 ‘소프트웨어’가 더해져야 만이 비로소 우리가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하드웨어가 고도화 될수록,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라고 여기에서 소프트웨어란 다름아닌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감성적 상상력에 의한 디자인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가상의 비물질적 요소가 결합된, 이른바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는 무형의 기술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기술 특징이며, 앞으로 이것은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상상력과 꿈이 더해지고 ‘감동’을 주기 위한 ‘이야기’가 더해진 디자인이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디자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이런 상상력이나 창의성을 담당하는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창의성책임자) 라는 직책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자동차가 경쟁하는 오늘날에는 물론 하드웨어적인 기술에 의한 물리적 성능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만큼 감성적 만족감을 주는 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성적 만족감은 결국 어느 제품에서 얼마만큼의 감동적 요인이나 체험적 요소를 가지게 하느냐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제품의 특징이나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사람만이 가진 능력, ‘상상력’과 ‘꿈’에 의해,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해 우리들의 기대치가 변화되고, 더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는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능력 중 최고의 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능력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상상력과 종교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21세기의 디자인은 그런 의미에서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수단의 하나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적 요소로 소비자가 느끼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며, 그것은 바로 제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태도와 문화 같은 제품 이외의 것에 의해 만들어 질 걸로 보입니다.
그런 새로운 요소들에 의해 브랜드의 이미지도 좌우되며,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될 걸로 보입니다. 첨단을 달리는 시대가 될수록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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