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를 갈아타면 갤럭시S24 단말기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대리점을 찾았어요. 어제랑 가격이 5만원 차이 난다고 하네요.”(서울 종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
“본사 지침은 전혀 없고 번호이동 주요 단말기 값도 어제랑 큰 차이가 없어요. 통신 3사가 어떤 모델에 어느 수준으로 지원금을 적용할지 암암리에 합의해 평균을 맞추겠죠. 추가지원금이 전환지원금으로 이름만 바뀌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통신사 대리점 관계자 B씨)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단통법)’ 시행령 개정과 저희 가격은 전혀 상관이 없어요. 이미 불법 보조금을 줘왔기 때문이죠.”(성지로 불리는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
이동통신사를 옮겨 휴대폰을 구매하면 공시지원금과 별도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첫날인 14일. 서울 동대문구, 종로구, 강남구, 송파구 주요 매장 15곳 이상을 방문했지만, 매장에 전환지원금이나 단통법 시행령 개정을 안내하는 포스터나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갤럭시S24 즉시 개통” “아이폰15 즉시 개통” “전 기종 특별행사” 등의 문구만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며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 갤럭시S24 등 신형 단말기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리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실망 가득한 표정이었다. 대리점과 판매점 관계자들은 “본사 지침이 전혀 없고 가격 변화도 없다”며 한 목소리로 말했다.
◇ “말뿐인 갤럭시S24=공짜폰뿐… 지원금 이름 바꾸거나 보급형 모델에만 적용될 것”
이론상으로는 이날부터 통신 3사가 합법적으로 지원금을 더 풀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13일 기준으로는 갤럭시S24를 사면 통신 3사 최고가 요금제 기준으로 48만~5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4일부터는 여기에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리점에서 추가로 제공하는 추가지원금(단말기 지원금) 15%까지 더하면 소비자는 최대 115만원을 받게 된다. 이는 갤럭시S24 출고가(일반 모델 256GB) 115만5000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번호이동을 하면 주는 추가지원금이 이름만 바꿔서 전환지원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며 “통신사도 결국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인데, 진짜로 돈을 더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S24가 공짜면 보급형 모델은 누가 사겠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시늉만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신 3사 대리점 다수는 “본사로부터 구체적으로 내려온 지침이 없고 가격도 전날과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만 전날보다 추가지원금이 4만~8만원 정도 늘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기존에 공시지원금이나 선택약정(요금할인 25%)을 선택해 지원받고 여기에 유통점이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합한 값의 15%를 추가지원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전환지원금을 받으면 선택약정 할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지원금을 안내해 준 대리점이 한 곳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리점은 전환지원금을 묻자,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A25, A34, 퀀텀4이 적용 가능하다고 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전날까지 A25, A34, 퀀텀4 모델들에 대한 공시지원금이 15만~20만원이었는데, 오늘 전환지원금이 30만원으로 안내됐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받으면 선택약정 할인을 못 받아 이게 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알려진 것처럼 고급형 모델에 높은 전환지원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덧붙였다.
소위 성지로 불리며 휴대폰에 불법보조금을 살포했던 한 판매점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전혀 영향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이미 단통법을 어기면서 보조금을 주며 판매해 왔다”라고 말했다.
◇ 통신 3사, 눈치보며 경쟁 수위 조절… 소비자 “3사 담합해 전환지원금 줄일 듯”
통신 3사 역시 단통법 이전처럼 마케팅 경쟁을 벌이며 돈을 쏟아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단통법 시행 전과 달리 현재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됐고, 단말기 가격도 비싸진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50만원은 이론상 최대 금액이라 개별 통신사가 앞서 돈을 풀기보다 타사 동향을 살필 수밖에 없다”며 “홍보물도 준비만 해놓고 아직 부착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 역시 “기기변경이나 신규가입보다 가입자를 빼앗는 번호이동에 지원금을 더 투입할 가능성은 크지만, 성장이 정체된 현 상황에서 돈을 무한으로 풀 수 없다. 타사 상황을 보며 경쟁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이날 일제히 각 매장에 전환지원금을 홍보하지 않는 것은 경쟁할 의지가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통신 유통채널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영업 시 외부 홍보물을 부착하거나 공격적인 멘트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휴대폰 커뮤니티 뽐뿌에는 “(전환지원금 최대 50만원은) 결국 통신사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 또 담합해서 조금 줄 듯하다” “통신사 담합 못 잡으면 (이번 가계통신비 절감대책 역시 지원금 이름만 바꾸는) 조삼모사일 뿐일 것”이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소비자들이 전환지원금에 큰 기대를 안 하는 것은 실제로 통신사들이 그동안 담합을 빈번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2월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판매장려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3사가 영업정보를 공유해 휴대전화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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