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KIMES 2024’가 14일 개막, 4일간 여정을 시작했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를 주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는 국내 1350여 개 제조사가 3만5000개가 넘는 제품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로 진화한 기업 현주소를 확인하는 한편 해외 진출 교두보로 삼기 위한 열띤 협업 논의도 가득했다.
◇AI열풍,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이끈다
KIMES 2024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단연 ‘AI’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물론 전통적인 의료기기 기업까지 AI로 무장해 관람객을 맞았다. 셀바스AI와 비트컴퓨터, 인바디 등 그동안 AI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업체들은 올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와 병원 내 업무혁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개발 결과를 뽐냈다.
셀바스AI는 올해 처음으로 근감소증을 측정할 수 있는 체성분 측정기와 클라우드 기반 혈압계를 선보였다. 기존 AI 기반 질병예측 솔루션 ‘셀비체크업’, 기업용 건강관리 플랫폼을 신제품과 연동해 자사 의료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한 한층 고도화된 건강 모니터링·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비트컴퓨터는 AI콜센터 솔루션과 비대면 진료 솔루션을 강조했다. AI콜센터는 AI가 최대 1000회선의 전화를 동시에 대응해 예약 접수·변경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주목받은 비대면 진료 솔루션 시장 공략을 위해 ‘바로닥터’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솔루션은 영상을 활용하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솔루션으로,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돼 의사가 환자 이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진옥 비트컴퓨터 대표는 “최근 진료 환경이 급변하면서 AI를 활용해 의사와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게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면서 “AI콜센터는 물론 비대면 솔루션 등을 고도화해 진료 편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인바디는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AI기반 체성분 예측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건강관리 솔루션인 ‘LB 트레이너’는 체성분 상태와 운동량 등을 AI가 분석해 체성분 지수를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운동 목표를 설정하는 등 맞춤형 케어가 가능하다. 웨이센은 주력 제품인 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와 출시 예정인 AI 호흡기 셀프 스크리닝 서비스 ‘웨이메드 코프’를 최초 공개했다.
◇삼성-LG도 디지털 헬스케어 공략 총력
삼성과 LG도 KIMES 2024에서 부스를 꾸리고, 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메디슨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RS85 프레스티지’를 주력 품목으로 내세웠다. 이 제품은 삼성 AI 기술력을 집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지방간, 간경화 정도를 AI가 정량적으로 측정해 알려주는 ‘리버 솔루션’ 기능을 포함해 유방 병변 확인과 악성 여부까지 알려주는 ‘라이프 브레스트 어시스트’ 기능을 새롭게 탑재했다. 근골격계 검사 과정에서 신경을 찾아주는 AI 솔루션도 지원한다.
삼성메디슨 AI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아시아와 유럽 등 바이어가 부스를 찾아 구매는 물론 협업을 타진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중국의사협회장도 부스를 방문해 AI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행사 기간 동안 다양한 해외 바이어와 미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강점인 디스플레이 기술을 내세워 의료용 디스플레이를 대거 전시했다. 영상의학과 모니터인 ’21HQ613D’는 LG전자가 21.3인치로 처음 출시한 제품이다. 특히 500만 화소를 지원해 유방내 미세 석회질까지 판독할 수 있다. 이어 31인치에 1200만 화소까지 지원하는 고사양 의료용 모니터와 32인치 4K 화질 복강경 수술용 모니터 등도 소개했다.
◇KIMES, K헬스 해외 진출 교두보로 부상
KIMES 2024에서는 기업들의 제품 소개 못지않게 해외 진출을 위한 상담 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올해는 해외 바이어는 물론 이들과 협업 상담을 요청한 한국 기업도 역대 최대로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최로 진행된 ‘2024 글로벌 의료기기 수출상담회’에는 올해 40개국 140개 해외 바이어가 참가했다. 이들과 일대일 상담을 하는 한국기업도 지난해보다 70곳 가량 늘어난 320개사에 달한다. 상담회에 참석한 한국기업들은 사전 신청한 해외 바이어와 하루에 최대 10건 이상 상담을 진행하며, 협업을 타진하게 된다.
세르비아에서 온 한 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한국은 삼성, LG, 현대, 기아 등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 많은데다 헬스케어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라며 “의료기기와 미용기기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기업과 협업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상담에 참가한 송근백 바이오니아 대리 역시 “진단시약부터 장비까지 모두 자체 기술력을 개발한 점과 글로벌 분자진단기와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상담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상담을 계기로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지역에 판로를 확보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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