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지난 40년 넘게 국내 지식재산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1993년 한국을 상대로 한 경쟁국가의 반도체 반덤핑 공세를 해결하면서 ‘미스터 반도체’와 ‘미스터 특허’ 별명을 얻었다. 이후로도 줄곧 한국 지식재산 생태계 혁신에 앞장섰다. 지난 5일 백 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나 급변하는 글로벌 지식재산 업계 현황과 전망 등을 들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역할을 소개해달라.
▲지재위는 2011년 4월 지식재산 기본법 제정으로 출범한 지식재산지휘소다. 과학·기술 분야 특허, 문화·예술·콘텐츠 저작권 등 지식재산을 창출·활용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한다.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 공동 위원장 체제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특허청에서 행정관이 대통령실에 파견돼 현안을 챙기고 있다. 현 위원회는 5개년 계획을 이행하는 액션 프로그램 중심으로 국가 지식재산 5개년 계획을 펼치고 있다. 위원회가 전문성을 갖고 막힌 곳을 뚫되, 부처가 빛을 받도록 일하고 있다.
-한국 IP 산업 육성 전략은.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프로패턴트(pro-patent)’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프로패턴트란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원 판단 일원화 및 전문성 제고를 통해 지식재산권을 강화하고,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을 고액화하는 정책이다.
지식재산 기본법 제정, 대학의 지식재산 창출, 관리 기능 강화 및 인재 육성, 지식재산 심사 효율성 제고, 체제 정비, 해외 지식재산 침해품에 대한 단속 강화, 관련 컨트롤타워 설치, 관련 재판소 구축 등이다.
한국은 관련 제도가 다소 미비해 세계 4위 IP 대국, GDP 대비 1위 특허출원국, 특허 밀도 1위국임에도 저작권 이외 분야에서 무역 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허 친화형 프로패턴트 세제개편도 제언하겠다. 평생을 연구개발에 헌신한 결과인 직무발명보상금에 따른 세금이 로또 당첨금보다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예컨대 로또복권 20억원에 당첨되면 기타 소득세 30%로 6억원 세금을 낸다. 직무발명보상금은 같은 액수를 받으면 누진 적용으로 41.5%, 즉 8억원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 IP 산업이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IP5 멤버인 한국은 특허 활동 측면에서 다른 IP 선진국 수준으로 활동하거나, 질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
과거처럼 지식재산을 ‘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 안된다. 이제 방어가 아닌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특허와 지식재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와 대학 등 연구소에서 기술이전, 산학협력, 기술지주회사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 다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인프라가 국내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한국 유수 대학이 보유한 특허가 높은 가치를 보유했다고 평가한다. 창구가 부족할 뿐이지 경쟁력 측면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우수하다. 글로벌 인프라 구축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특허 ‘수’가 아닌 ‘활용성’에 초점을 두는 정책적, 민간적 접근과 노력도 요구된다.
-AI 시대 지재위 역할은.
▲생성형 AI가 던진 파문이 크다. AI가 만든 것에 로열티를 줘야 하느냐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재위는 관련해 한국의 독자 입법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 갈라파고스적으로 한국만 입법한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다만 AI가 지식 노동자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구축, 전문적으로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관련 국제 심포지엄, 국제기구 협력과 관련 대응에도 힘쓰고 있다. 업계가 지재위를 잘 활용해주면 좋겠다.
-지재위 슬로건 ‘창의성 가득한 멋진 지식 강국’ 의미는.
▲다양한 창작자(크리에이터) 활동을 장려하는 멋진 지식 강국이다. 딱딱한 산업 특허 등만이 아닌, K팝, 드라마, 웹툰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우리 지식재산의 큰 축이 되길 바란다.
한국이 인구감소 등 엄혹한 현실에서 경쟁력을 가질 좋은 방안은 지식재산 확보다. 대한민국이 창의성이 가득하고 멋진 지식 강국이 되는 데 밀알이 되겠다. 이를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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