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전기 동력 차량으로 변신한 미니의 5세대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차량의 명칭도 미니 쿠퍼로 통일됐습니다. 본래는 미니의 고성능 모델을 미니 쿠퍼 라고 구분했지만, 전기 동력 차량이 되면서 미니 쿠퍼로 이름을 통일 한 것입니다. 물론 전기 동력은 사실 엔진 동력보다 고성능의 차량을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쉽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기 동력 모델로 변신한 미니를 보니 오히려 가장 전기 동력 차량다운 차가 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 뒤의 오버행이 극히 짧고 차체에서 실내 공간을 이루는 캐빈이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등 전기 동력 차량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놀랍게도 1세대 모델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세대 미니는 1959년에 나왔습니다. 차체 크기가 전장×전폭×전고가 3,050×1,410×1,350(mm)에 휠베이스는 2,040mm였다고 합니다. 휠의 규격은 상당히 작은 10인치였습니다. 경제성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차체 임에도 전장 대비 휠베이스가 66.9%의 비율을 가지고 있어서 실내공간의 비중이 절대적인 비례였습니다.
공간이 넉넉한 중형 승용차 쏘나타의 전장/축거 비율이 57.8% 정도인 걸 보면 클래식 미니의 공간 비중은 매우 높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경승용차였던 대우 티코의 전장×전폭×전고가 3,340×1,400×1,395(mm)에 휠베이스 2,335mm였으므로 티코 보다 폭만 10mm 넓고 길이는 290mm짧고 높이는 45mm 낮아서 그야말로 ‘미니’였던 것입니다. 물론 티코의 전장/축거 비율은 69.9%로 더 높긴 합니다.
새로운 5세대 미니 쿠퍼의 전장×전폭×전고는 정확한 수치를 아직은 찾을 수는 없습니다만, 5세대 미니 쿠퍼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으로 차체에서 실내 공간의 비중을 극대화 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225/40R18 크기의 바퀴로 건장함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서 차이점 하나는 이전 모델들의 휠 아치에 두툼하게 덧대져 있던 검은색 플라스틱 휠 아치 몰드를 없앴다는 것입니다. 휠 아치 몰드는 물론 기능적으로 타이어로부터 튀는 흙이나 돌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디자인적으로는 바퀴를 더 커 보이게 강조하는 역할도 매우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2001년에 등장했던 뉴 미니부터 휠 아치 몰드를 써서 휠의 건장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보여줬었는데요, 2001년의 모델은 실제로도 17인치의 큰 휠을 달아서 비례 자체가 건장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연비 향상 등을 위해서였는지 2013년형 4세대부터는 휠을 15인치 수준으로 줄였고, 그 대신 휠 아치 몰드를 더 넓은 걸로 대는 방법으로 건장한 이미지를 유지해왔지만, 전기동력으로 바뀐 5세대 모델은 검은색 몰드를 모두 없애고, 그만큼의 크기에 맞는 18인치의 커다란 휠을 달았습니다. 전기 모터의 높은 토크는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4세대 모델과 함께 있는 앞의 사진 두 장을 보시면 확연히 나타납니다.
가장 극적으로 바뀐 부분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일 것 같습니다. 심장(Digital Heart)이라고 하는 원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가운데에 자리잡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클래식 미니와 여러 세대의 뉴 미니의 실내의 디자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의 적용에 의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LP 음반 같은 인상도 주는 둥근 OLED 패널은 우리나라 업체에서 만들어 공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것은 단지 둥근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의 이미지가 마치 자동차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식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인공지능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실내의 디자인 이미지 역시 전기 동력 차량답게 형태와 질감, 조명 등등의 인터페이스에서 기하학적인 디지털 감성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사실 요즘의 차들은 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이기보다는 전자제품을 다루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각종 스위치의 형태나 조작감에서부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이 이루어지는 기능의 성격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속에서 눈에 띄는 것 하나는 시트의 측면에 리클라이너를 덮는 커버가 그냥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시트와 같은 재질의 가죽으로 덮여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저 자체가 착좌감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저 부분을 부드러운 재질로 감싼 것은 실내의 포근함을 더해주는 시각적 요소일 걸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앞 좌석의 두 사람 중심의 공간이라는 성격을 강조하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물론 2+2 개념으로 뒷좌석도 있지만, 미니는 앞 좌석 중심의 차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완전히 전기 동력 차량으로 변신한 5세대 미니 쿠퍼는 1세대 클래식 미니부터 시작된 미니멀 감성과 실용성, 그리고 공간 활용성 이라는 개념을 65년만에 전기동력화와 디지털화 된 기술로 재해석한 21세기 버전의 ‘미니’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