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덩치 큰 차에 1.6L 가솔린 터보(T) 엔진이라니….’
공차 중량이 2100kg이 넘어가는 기아 카니발은 트럭 등 상용차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차량 중 하나다. 카니발 하이브리드(HEV) 모델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 “힘이 달리진 않겠나”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 이런 얘기가 쏟아졌던 것은 이 모델에 대한 시장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수많은 대한민국 아빠가 고대하던 모델이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공식 출시된 지난해 11월 이후 판매량은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기아에 따르면 판매량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에는 1815대가 팔렸다. 올해 1월은 3744대, 2월 4493대로 판매량이 더 늘었다. 1월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가솔린, 디젤)을 탑재한 카니발의 판매량(3305대)을 439대 앞지르기도 했다. 2월에는 그 격차를 749대로 더 넓히며 아예 카니발 대표주자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연비였을 것이다. 그간 카니발은 대가족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 편리한 자동 슬라이딩 도어 등으로 패밀리카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낮은 연비가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같은 4세대 ‘더 뉴 카니발’의 3.5가솔린 9인승만 해도 공인 복합연비는 L당 9km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어떨까. 지난달 22∼25일 서울 시내(49km)와 경기 광명시와 서울시 왕복(46km) 등 95km를 시승해 보니 실제 주행 연비는 L당 약 13km로 준수했다. 공인 복합연비인 L당 13.5km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땐 L당 17km 이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도 L당 10km 이상을 보여 줬다. 무게 2t이 넘어가는 자동차가 이 정도 연비를 보여 주긴 쉽지 않다.
전기모터에서 가솔린 엔진으로 동력 전환이 이뤄질 때 느껴지는 ‘울컥거림’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크진 않았다. 다만, 시속 60km에서 그 이상의 고속으로 속력을 높일 때는 저속 주행 때와 비교해 좀 더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기 모터가 관여하는 구간도 카니발보다 더 작은 차급의 모델들보단 더 적다고 느껴졌다.
서울 은평구 은평터널을 지나기 전 30도 이상의 경사로를 저속으로 달려봤다. 마침 전기모터가 거의 관여하지 않던 때였다. 그렇게 이 차의 엔진 동력에 의지해 언덕길을 올라갔다. 의외라면 의외였다. 오르막 내내 밀린다는 기분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가뿐하다’라고 느껴질 만큼 저속에서 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 차는 엔진 180마력에 53kW 전기모터 출력까지 합산해 시스템 최고 출력이 245마력에 달한다. 기존 카니발의 출력 부족을 오히려 하이브리드 적용으로 상쇄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물론 큰 무게에 초반 동력 장치의 출력값을 높게 설정해 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연비와 힘. 두 요소에서 모두 만족스러웠다. 얼마 안 가 ‘카니발에는 하이브리드가 답이다’라는 공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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