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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대향 8기통 경주용차 포르쉐 718 W-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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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718 W-RS는 수수께끼다. 이 차는 수많은 주목할 만한 승리, 획기적인 디자인, 기록적인 활동기간, 훗날 베스트셀러 박스터와 카이맨에 붙게 된 명명법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역사의 연대기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으로 남아 있다. 

하드톱 형제 모델인 718 GTR 쿠페와 함께 W-RS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 중 하나는 이 모델이 개발될 당시의 격동적인 배경에 기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초, 포르쉐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야망의 갈림길에 섰다. 한편으로 포르쉐는 최초로 포뮬러 원 캠페인을 시작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했는데, 이는 페리 포르쉐의 솔직한 자서전 <위 앳 포르쉐>(We At Porsche)에서 드러나듯 다른 누구도 아닌 페리 포르쉐 자신으로부터 미지근한 열정밖에 얻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포르쉐는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카 레이싱 영역에서 선두 주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여러 난제가 얽혀 있는 가운데, 1960년부터 61년까지 겨울 동안 포르쉐 팩토리 팀은 타입 718 섀시의 획기적인 버전인 GTR 쿠페 2대와 스파이더 1대(섀시 번호 718-047)에 착수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에른스트 푸어만(Ernst Fuhrmann)이 개발하고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노련한 4기통 2.0L 타입 587 엔진과 804의 수평 대향 8기통 F1 엔진인 타입 771의 최첨단 대형 보어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설계된 조합이었다. 

718에 개조된 그랑프리 엔진을 장착하기로 한 결정은 당연히 포르쉐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였지만, 10년 동안 푸어만 엔진의 550 스파이더와 718 스파이더로 소배기량 클래스에서 우위를 점한 후, 내구 레이스를 위한 8기통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결의는 종합 우승을 위해 경쟁하겠다는 제조사의 야망을 시사했다. 단순히 클래스 우승이 아니라 페라리, 마세라티와 같은 업계의 기존 거물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엔지니어링을 넘어 포르쉐의 접근 방식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스타일링 부문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실험적인 포뮬러 2 차인 718/2를 디자인한 지 얼마 안된 젊은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부치’ 포르쉐(Ferdinand Alexander ‘Butzi? Porsche)는 포르쉐 디자인 스튜디오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아직 1년이 더 남아있었고, 718을 통해 포르쉐에 새로운 미적 관점을 도입했다. 

1957년에 확립된 특징적인 둥근 스파이더 라인은 사라지고 W-RS의 길고 공기역학적인 앞 끝과 눈물방울 모양 헤드라이트 카울 같은 보다 현대적인 디테일로 대체되었다. 쿠페는 가늘어지는 후미, 엇갈린 루프라인, 측면 뒤쪽에 장착된 공기 흡입구가 특징이다. 이러한 세부 사항이 나중에 부치의 걸작인 904에 다시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스타일링은 순전히 주관적인 문제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만, 내 눈에는 718 스파이더의 비율이 쿠페보다 더 세련되었다. 이러한 차별화는 처음부터 8기통 엔진을 수용하기 위해 설계된 W-RS의 더 긴 플랫폼에서 부분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쿠페는 나중에 수정되었다. 그러나 자동차경주에서 흔히 그렇듯이 부치를 포함한 디자이너들은 엔지니어들이 짧은 시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을 과대평가했다. 

따라서 W-RS가 1961년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데뷔했을 때는 4기통 타입 587을 장착한 채 출발선에 섰고, 타입 771은 여전히 격동의 개발 프로그램에 갇혀 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시칠리아 산악 코스에서는 댄 거니(Dan Gurney)와 조 보니에(Jo Bonnier)에게 큰 핸디캡이 되지 않았다. 10바퀴를 돌며 7시간이 넘는 경주를 펼친 후, 두 사람은 가볍고 민첩한 스파이더를 몰고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고, V6 엔진을 장착한 페라리 디노 246SP를 운전한 볼프강 폰 트립스(Wolfgang von Trips)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팀이 뉘르부르크링 1000km와 르망 24시 레이스에 모두 출전했을 때야 비로소 포르쉐는 이 차의 코너링 속도에도 불구하고 4기통 엔진은 선두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달릴 수 있는 힘을 내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때 르망에서 종합 5위를 차지한 것은 최첨단 타입 771 엔진과 함께 대담한 여정을 시작할 때가 왔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이후 10개월 동안 W-RS와 GTR 쿠페는 1962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수평대향 8기통 엔진을 장착하도록 개조되었다. 칼 루드빅센(Karl Ludvigsen)의 필독서 <포르쉐: 탁월함이 기대되었다>(Porsche: Excellence Was Expected)에 따르면, 타입 771은 F1 엔지니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더 시급히 필요한 타입 753 1.5리터 GP 엔진보다 빅 보어 내구사양 2리터 엔진의 개발이 더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한 고위 엔지니어는 그 상황을 이렇게 간결하게 요약했다: 엔진이 2.0L에 더 적합했던 것이 사실이다.” 

타입 771은 그랑프리용 타입 753보다 2주 더 빨리 경주에 뛰어들어 F1 팀의 좌절감을 가중시켰다. 타입 771은 1962년 5월 6일 타르가 플로리오, 타입 753은 2주 후인 5월 20일 네덜란드 그랑프리에서 데뷔했다. 시칠리아의 따스한 햇볕 아래, 임시 패독에 자리 잡은 W-RS와 GTR 쿠페를 둘러싼 흥분이 감지되었고, 모든 주요 모터스포츠 출판물의 사진작가들은 새로운 엔진의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타입 771의 도입은 포르쉐 내구레이스 팀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W-RS는 포르쉐 스포츠카 최초로 4기통을 넘어선 엔진을 탑재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6단 변속기의 통합과 엔진 상단에 장착된 유리섬유 냉각 팬의 개념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그랑프리 경주에 사용되기 이전부터 사용됐던 혁신이자 훗날 아이코닉한 917의 시그니처 기능이 되었다. 

또한 두 차 모두 처음으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다. 이 부품들은 전년도 르망에서 테스트되었지만, 높은 마모율로 인해 포르쉐는 드럼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1등을 하려면, 우선 완주를 해야 한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W-RS의 무게가 약 685kg으로 RS60보다 약 130kg 더 무거워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차로 인해 더 큰 제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포르쉐는 새로운 기술에 올인했지만, 이것이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실, 그 반대였기 때문에 회사차원의 전략적 결정이 필요했다. 

포르쉐 워크스 이름으로 타르가 플로리오에 출전하는 대신, 이 차들은 볼피(Volpi) 백작의 스쿠데리아 SSS 레푸블리카 디 베네치아(Scuderia SSS Repubblica di Venezia) 위성 팀으로 경쟁을 펼쳤다. W-RS는 스쿠데리아의 엠블럼을 앞 끝에 자랑스럽게 새겼고, 쿠페(718-046)는 드라이버 니노 바카렐라(Nino Vaccarella)의 시칠리아 혈통을 기리기 위해 레드 프라이머 마감을 선보였다. 이 교묘한 변장은 구경꾼들로 하여금 이것이 완전히 이탈리아 팀이라고 믿게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슈투트가르트의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있었고 승리를 쟁취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두 차는 연습과 본 경기 모두에서 경쟁력 있는 속도를 보여줬으며, 새로운 8기통 엔진은 페라리 디노 196SP의 V6 2.0L 엔진에 필적할 만했다. 하지만 첫 바퀴가 끝나고 거니가 페라리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면서 재앙이 닥쳤다. 다음 바퀴에 거니는 산에 있는 많은 돌다리 중 하나와 충돌했다. 구경꾼들에게는 거니가 차를 한계까지 밀어붙여 회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피트로 돌아와 보니 포르쉐의 신형 디스크 브레이크가 과열되어 고착된 것이 분명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경주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쿠페는 4위에서 2위로 올라섰지만, 브레이크 문제가 발생했다. 바카렐라와 교대해 430km 정도를 달린 조 보니에는 코너 진입 시 이 작은 차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엔진 브레이크와 4륜 드리프트를 조합했다. 내구 레이스보다는 랠리에 더 가까운 운전 스타일이었지만, 그 효과가 입증됐다. 결국 쿠페는 두 대의 페라리에 이어 종합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프로토타입 2리터 클래스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자존심을 지키기에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없었다. 

다음 경주인 뉘르부르크링 1000km에서 드디어 W-RS가 빛을 발했다. 그레이엄 힐(Graham Hill)과 한스 헤르만(Hans Herrmann)이 운전대를 잡았고, 브레이크가 예상대로 작동한 W-RS는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30만 명 이상의 관중 앞에서 프로토타입 2리터 클래스 우승 및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쿠페를 탄 보니에와 거니도 시상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실망스럽게도 변속기 고장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차들에서 가장 문제가 적은 부품은 8기통 엔진으로 판명되었다. 포르쉐가 1962년 르망에 프로토타입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던 것은, 주최 측인 프랑스 서부 자동차 연맹(Automobile Club de l?Ouest)이 독자적인 법을 적용하여 GT는 받아들이고 프로토타입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페는 1963년까지 다시 경주에 나서지 않았지만, W-RS는 유럽 산악 힐 클라임 챔피언십의 선별된 라운드와 6번의 북미 레이스 캠페인에 참가하며 더욱 치열한 비시즌을 보냈다. 

이로 인해 포르쉐는 긍정적인 것만이 아닌 소중한 피드백을 얻었으며, 1963년을 위한 수많은 설계 변경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변경사항에는 유리섬유로 만든 새로운 문과 뒤쪽 덮개뿐만 아니라 코일 스프링과 위시본 서스펜션으로의 전환도 포함되었다. 유리섬유는 곧 나올 904의 개발을 가속화한 혁신이었으며, 서스펜션은 평행 트레일링 암에서 영구적으로 벗어나는 역사적인 변화의 기점이 됐다. 

이 모든 노력이 W-RS에 가져다준 것은 무엇일까? 기록부에 따르면, 1963년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변속기 고장으로 인해 마지막 바퀴에서 단 하나의 기어만 남게 되었으며 7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 이야기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W-RS 국제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쿠페가 다시 한 번 책임을 이어받아 앞서 나갔고, 보니에가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타입 718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그 후 몇 년 동안 스파이더는 국제무대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냈으며 궁극의 팀 플레이어로 활동했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르쉐 엔지니어들이 이를 큰 비극으로 여겼던 것은 아니다. 904의 개발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W-RS는 디스크 브레이크, 유리 섬유 패널, 항력에 대응하기 위한 리어 윙(르망에서 구현됨) 및 906에서 909 버그스파이더에 이르기까지 모든 모델에 탑재될 8기통 타입 771 엔진의 가치를 입증하며 사실상 그 목적을 달성했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이 기간 동안 W-RS가 에드가 바르트(Edgar Barth)의 손에서 (적어도 주펜하우젠의 홀에서는) 전설이 된 것은 어쩌면 이례적인 일이다. 타입 718이 낯설지 않은 바르트는 718 RSK를 몰고 1959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페라리와 날렵한 디노 196SP의 손아귀에서 유럽 힐 클라임 챔피언십을 빼앗는 임무를 맡았다.

키가 크고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46세의 바르트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조각 같은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기존 챔피언 루도비코 스카르피오티(Ludovico Scarfiotti)가 겨우 29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르트는 1959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힐 클라이밍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당시 240마력을 냈던 W-RS와 함께 그는 1963년에 7번의 클라임 중 6번을, 1964년에는 7번 중 5번을 우승하며, 연속 2년 동안 산의 제왕으로 군림하였다. 

불행하게도, 바르트는 다음 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W-RS를 모터스포츠에서 은퇴시키기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4년 간의 치열한 경쟁과 총 32차례 경주 참가가 막을 내렸고, 이렇게 장수한 기록으로 W-RS는 포르쉐 정비사들 사이에서 그로스머터(Grossmutter),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차는 이전 모델인 550 스파이더와 718 RSK, 후속 모델인 904와 같은 수준의 명성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차가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들, 즉 관리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닐 윌(NEIL WILL) 사진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PORSCHE

오토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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