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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올드카 디자인 반영… 기업들 ‘헤리티지’ 구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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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드카 열풍과 연계해 브랜드 ‘헤리티지(유산)’를 구축하는 전략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전기차 모델에 과거 올드카 모델의 디자인을 재현하거나 올드카의 부품 공급, 수리, 복원을 맡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고유의 헤리티지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헤리티지 전담팀을 꾸리고 차량별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현대차 ‘헤리티지 컬렉션’ 홈페이지에서는 포니 차량의 미니어처와 포니에 대한 스토리가 담긴 ‘리트레이스 매거진’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해 나아갈 방향을 외부에서 찾기보다 우리의 출발점에서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외관에서는 한국 최초 고유 모델인 ‘포니’ 디자인을 모방해 전기차 아이오닉5를 디자인했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는 1세대 ‘각그랜저’의 닮은꼴로 출시됐다. 신형 그랜저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모델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 모델은 1979년부터 지금까지 ‘박스형 실루엣’이라는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미니밴 ‘ID.버즈’도 1950년 인기를 끌던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의 외관을 되살렸다. 포드가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롱코는 1996년 생산 중단 이후 25년 만의 부활이다. 1세대 모델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올드카 디자인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무형의 자산인 헤리티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테슬라 등 전기차 신생 브랜드가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치고 나가지만, 전통 완성차 업체가 오랜 기간 쌓아 온 헤리티지는 단숨에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드카 디자인을 반영한 차량들이 당시 추억을 간직한 고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드카 생태계’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BMW는 2010년 ‘BMW 클래식 센터’를 열고 올드카의 수리, 복원 작업을 전문팀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차량 양산이 종료된 뒤 BMW 클래식 센터가 부품 공급량을 조절하고 부품 제조 기계에 대한 책임을 도맡는다. 포르셰는 클래식 팩토리 복원 센터를 운영하며 전문가들이 올드카 복원을 돕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은 국내 올드카 애호가들이 입문 차량으로 수입차를 주로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입 올드카는 가격 방어도 잘 이뤄져 재테크 수단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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