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의 한 전시관. XR(확장현실) 헤드셋과 검은색 조끼를 착용한 두 남녀가 서로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들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마주보고 있는 2명의 캐릭터가 서로에게 공을 맞추며 점수를 쌓았다.
XR 게임 대결이 벌어진 이 곳은 게임 체험관이 아닌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전시관이다. 텔레포니카는 올해 MWC에서 몰입형 XR 기술을 공개했다. XR 헤드셋으로 게임 화면을 눈으로 보는 것 뿐 아니라 착용하고 있는 조끼로 공을 맞는 감각까지 느낄 수 있다. 미국 엔비디아와 협업해 클라우드에서 이미지를 가져와 눈앞에 펼쳐 보이는 기능도 갖췄다.
행사장 다른 한 편에서는 XR 헤드셋을 쓴 2명의 방문객이 레이싱 게임을 펼치고 있었다. 여자 방문객은 게임 도중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이 충돌해 뒤집히자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날 중국 스마트폰 기업 테크노는 게임용 XR 글래스인 ‘포켓 고’를 전시했다. ‘포켓 고’는 안경과 게임 컨트롤러로 구성된 윈도 OS(운영체제) 기반 XR 게임세트로 간편한 휴대성이 특징이다. 미국 AMD가 만든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가 장착돼 있어 높은 사양의 게임도 실행할 수 있다.
올해 MWC에서는 XR 기기나 스마트워치 등을 포함한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가 다수 출품됐다. 애플의 XR 헤드셋인 비전 프로가 출시된 이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웨어러블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등 다른 하드웨어를 제조하던 기업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업까지도 일제히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719억1000만달러(약 95조7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861억4000만달러(약 247조6000억)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은 반지, 클립, 시계 등 다양한 폼팩터(기기 형태)를 지닌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화웨이는 클립 형태의 무선 이어폰 ‘프리 클립’을 공개했다. 귓바퀴에 끼우는 방식으로 장착하는 만큼 장시간 착용해도 통증이 없고,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을 해도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스피커 부분이 귓구멍에 밀착돼 있어 생생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10분 충전으로 3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고속 충전 기능도 갖췄다.
샤오미는 베젤(테두리)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인 ‘워치 S3′를 전시했다. 워치 S3의 베젤을 가볍게 비틀어 뺀 뒤 다른 색상을 제품으로 끼우는 식이다. 케이스 등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꾸밀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달리, 액세서리를 끼울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드물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샤오미는 자체 OS(운영체제)인 하이퍼OS를 통해 워치 S3에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받거나 사진을 찍는 방식의 새로운 제어 기능을 추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반지 형태의 기기인 ‘갤럭시 링’을 MWC에서 공개했다. 아직 출시되기 전인 만큼 제품 디자인만 전시됐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을 포함한 수천명의 방문객들이 갤럭시 링의 모습을 확인하고 갔다. 연내 출시될 갤럭시 링에는 심박수, 수면 패턴 측정 등 다양한 건강 관리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 경쟁에서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이용자가 장시간 착용하도록 유도하고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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