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SK컴즈·구글·메타·틱톡 등 플랫폼 업계가 4.10 총선을 앞두고 공동으로 딥페이크 대응에 나섰다. 딥페이크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음성·동영상 등을 의미한다.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특정 의제로 공동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업계 일각에선 플랫폼 기업들이 선거와 관련한 딥페이크를 사전에 원천 방지하는 자율규제 성과를 보여, 총선 후 정부가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법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 다음 달 선거 딥페이크 대응책 발표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기업협회는 오는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및 재·보궐 선거와 관련한 딥페이크 대응 방안을 이르면 다음 달 초 주요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발표한다.
이를 위해 지난 26일 네이버와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구글코리아와 메타코리아,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사) 한국지사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딥페이크 대응을 위한 자율협의체를 구성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기업들이 모여 협약을 발표하는 구성이 될 것”이라며 “선거까지 시일이 촉박한 만큼 발빠르게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기협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뮌헨안보회의(MSC)에서 20여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함께 발표한 기술 협정과 유사한 협약문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MSC에서 발표된 기술 협정은 이용자들이 AI로 만든 콘텐츠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워터마크를 넣거나 라벨을 붙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AI로 만든 콘텐츠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네이버는 인기협 공동 발표에 앞서 이번 주 중으로 딥페이크 악용 방지 정책에 대해 먼저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검색 시 딥페이크 관련 키워드일 경우 주의(경고) 문구를 노출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최근 국내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딥페이크를 통한 허위정보 가짜뉴스 유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퍼진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게시글은 당초 딥페이크 영상으로 2022년 2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 진행한 TV연설 장면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딥페이크 허위 정보 대응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에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자율규제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 총선 후 플랫폼법 입법 가능성
업계 일각에선 플랫폼 업계가 발빠르게 딥페이크 대응에 서두르는 것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한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뒤 이들의 갑질 등 독과점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하는 사전규제 방식의 법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이고 구글,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까지 사정 범위에 들어가면서 플랫폼 업계 전체가 반발했다.
당초 공정위는 신속한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플랫폼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어렵지 않게 국민의힘의 협조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플랫폼법을 직접 발의하는 것에 난색을 보였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22대 총선이 여권 승리로 끝난다면 공정위가 다시 플랫폼법 입법을 국회를 통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플랫폼 업계에선 발빠른 딥페이크 대응으로 자율규제의 모범을 보여준다면 추후 플랫폼법이 추진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기업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정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상황”이라며 “총선 후 플랫폼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딥페이크 대응도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적 행보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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