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혼합현실(MX) 기기 ‘비전 프로’의 부품 가격이 1500달러(약 199만원)로 판매 가격인 3500달러(약 466만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전 프로에 탑재된 가장 비싼 부품은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460달러(약 6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CNBC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분석을 토대로 애플 비전 프로를 분해한 결과, 전체 부품 가격이 1500달러가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비전 프로 판매 가격인 3500달러의 43% 수준이다.
비전 프로에 들어간 가장 비싼 부품은 1.25인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다. 비전 프로에는 2개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사용자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의 화면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다. 비전 프로에는 소니가 만든 마이크로 OLED가 적용됐다. 애플은 소니에 디스플레이 1개당 230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로 비싼 부품은 애플이 비전 프로용으로 새롭게 개발한 칩셋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에 R1이라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를 2개 탑재했다. 1개의 R1칩은 카메라, 센서 및 마이크의 입력을 처리하고, 나머지 1개는 이미지를 디스플레이로 스트리밍하는 데 사용된다. R1칩의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옴디아는 R1칩 1개당 100~150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비전 프로는 다른 애플 제품과 비교해 판매가 대비 부품값 비중이 높다. 아이폰 중 부품값 비중이 가장 큰 아이폰15 프로맥스의 경우 판매가 190만원 중 부품값은 40% 수준인 75만원이다. 나머지 아이폰15 시리즈의 부품값 비중은 35~40%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비전 프로는 상대적으로 소량 생산하는 제품인 만큼 부품값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애플이 올해 판매하는 비전 프로물량은 20만대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늘어날 예정이지만, 40만대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간 2억대를 판매하는 아이폰과 비교하면 0.2% 수준이다. 공급량이 많아야 부품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제조 공정을 감안할 때 당장은 애플이 비전 프로의 부품값 비중을 낮추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품 비용을 미리 결정한다. 다만 이런 부품 비용은 자재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조립, 포장, 유통 등 기타 생산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 자체 연구개발(R&D), 판매, 마케팅 비용도 들어있지 않다. 비전 프로가 다른 제품 대비 부품값 비중이 높고 가격 인하에 쉽게 나서기 힘든 배경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비전 프로 부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삼성, LG, BOE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제품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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