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하며 ‘동맹휴학’에 나섰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7개 대학의 의대생 1133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군 휴학, 개인 사유로 휴학이 허가된 인원은 모두 4명이다. 다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20일을 기점으로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선포한 만큼 그 수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을 기점으로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 의대에서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행동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는 SNS를 통해 이날부터 동맹휴학 및 수업과 실습 거부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부산대 소속 의대생 590명 중 98.2%에 해당하는 582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교육부와 대학들은 학생들의 집단행동 막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 대표 면담, 학부모 대상 설명 등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광대학교는 지난 16일 160명이 집단으로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지도교수 등의 설득을 통해 학생 전원이 19일 휴학 신청을 철회했다.
또한 교육부는 19일 대학 총장들을 긴급 소집해 동맹휴학 확산을 막아달라고 당부하며 ‘법과 원칙’ 강조에 나섰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40개 의과 대학 총장들과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의 꿈을 이루려는 학생들이 오히려 이에 반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단 휴학 및 수업 거부로 유급 처분된 학생은 구제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교육부는 정부 방침 반발 취지로 신청한 휴학은 대학에서 승인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을 내려, 실제 휴학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 동맹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은 대학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휴학계를 내고 수업거부 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휴학계가 처리되지 않을 시 단체행동이 ‘수업 거부’ 형태로 이어지면 참여한 의대생들이 단체로 유급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과대학 교육은 실제 교육을 담당할 기초 여건과 임상의학 교수진이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가졌는 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발표된 2000명 증원이 이뤄질 경우 적절한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이 휴학을 승인하지 않으면 의대생들은 ‘수업 거부’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결석해 수업 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이 부여된다.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분을 받는다. 앞서 의대생들은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사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대량 유급 사태로 이어지기 전 마무리된 바 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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